6살과 9살 자매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의 화재가 아파트 거실의 에어컨 주변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부모가 외출한 사이 발생한 화재는 30분 만에 진화됐으나 어린 자매는 결국 숨졌다.
부산소방본부, 부산경찰청, 전기안전공사는 3일 오전 10시부터 약 3시간 동안 전날 화재가 발생한 기장군 기장읍 한 아파트에 대해 합동 감식을 벌였다. 감식 결과, 화재는 거실에 놓인 스탠드형 에어컨 주변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에어컨 전원선이 체결된 멀티탭의 전선에 단락 흔적이 있다”며 “정확한 원인은 에어컨과 전선 등 추가 잔해물에 대해 정말 감식 후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화재 당시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부산소방본부에 따르면 화재의 최초 신고자는 해당 아파트의 경비원이다. 경비원은 불꽃과 연기가 보이고 폭발음이 들리자 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를 받은 일광소방서 선착대는 화재 현장과 4㎞ 떨어진 곳에서 출동해 6분 만에 현장에 도착, 14분 만에 현관문을 강제로 개방했다. 문을 연 후 1분 만에 현관 중문 앞에 쓰러져 있던 유치원생 동생을 발견했고, 이후 발코니 근처에서 초등생 언니를 찾았다. 거실 바닥에는 층간 소음 매트 등 가연물이 깔려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구체적 화재 발생 시점은 확인되지 않았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자동 화재탐지기가 울린 시점이 신고 시점이라고 보고 있는데, 경보기에 따라 작동 방식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화재 발생 시점은 추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자매는 발견된 지 18분 만에 대학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도착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발생 당시 자매가 깨어있다가 대피를 시도했는지도 부산소방본부는 들여다보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에는 화재 경보가 울리는 ‘자동화재탐지기’와 옥내 소화전만 설치돼 있었다. 2003년 건축허가 당시에는 16층 이상만 스프링클러 대상이었다. 이 아파트는 13층 규모라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