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던 전자소자를 다시 쓰는 시대가 열린다. 부경대·한양대 공동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유기 전자소자의 분리·재사용 기술을 개발했다.
2일 국립부경대학교에 따르면 국내 연구팀이 유기 전자소자의 분리 및 재사용이 가능한 차세대 전자소자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부경대 화학공학과 우규원(4학년), 이창민(3학년) 학생을 포함해 김용희 연구교수, 이은광 교수, 한양대 유호천 교수 등으로 구성된 공동연구팀은 유기 전기화학 트랜지스터(OECT)의 구조를 탈부착할 수 있도록 설계한 ‘π-이온 필름(π-ion film)’을 개발해 전자소자의 수명 문제와 전자 폐기물(e-waste)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했다.
OECT는 저전력 구동과 생체 적합성이 뛰어나 인공지능 기반 엣지 컴퓨팅과 유연 전자소자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소자는 작동 중 열화가 발생해 재사용이 어려운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연구팀은 유기 반도체(P3HT)와 이온성 액체(BMIM:TFSI)를 조합해 강화된 ‘π-이온 필름’을 개발하고, 이를 탈부착 가능한 형태로 제작해 높은 전기화학 안정성과 신경 모방 기능을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연구진은 64개의 소자로 구성된 대면적 어레이 형태로 기술을 확장해 바이오센서·웨어러블 의료기기·AI 엣지 디바이스 등 실용 분야로의 응용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Advanced Materials’에 최근 게재됐다. 해당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부경대 산학협력단의 지원을 받았으며, 인공지능반도체 전문인력양성사업과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혁신 사업의 하나로 추진됐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유기소자의 재사용 가능성과 모듈화 기술을 동시에 입증한 최초 사례”라며 “전자 폐기물 저감과 지속 가능한 전자기기 제조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