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업체 샤오미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올 상반기 내내 0%대 점유율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서울 여의도에 첫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등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확대에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메이드인 차이나’ 브랜드 이미자와 높은 가격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2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샤오미의 점유율은 0.59%를 기록했다. 지난 1월 0.68%에서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한 이래 한국에서 단 한 차례도 시장 점유율 1% 벽을 넘어선 적이 없다.
샤오미 스마트폰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비싼 가격이 꼽힌다. 한국 스마트폰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 플래그십 모델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샤오미가 주력으로 판매하는 최신 하이엔드 플래그십 모델인 ‘샤오미 15 울트라’의 경우 가격이 169만9000원으로, 삼성전자 갤럭시S25 울트라(169만8400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샤오미 주요 모델에 대한 이동통신사 지원금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구매가는 샤오미 모델이 훨씬 비싸다. ‘감가 방어력’까지 고려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굳이 샤오미 스마트폰을 선택할 이유가 적은 셈이다.
상대적으로 부실한 AS 서비스망도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요소다. 삼성전자는 직영 서비스센터와 외주 업체, 출장 수리 서비스 등을 합해 전국에 300곳이 넘는 수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비해 샤오미는 서울 여의도 IFC몰에 입점한 매장이 유일한 공식 AS센터다. 나머지 10여곳은 외주 업체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브랜드 이미지가 낮은 점도 문제다. 샤오미는 최근 여의도 매장이 문을 열기 이전에는 한국에 별도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등의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지 않았다. 국내 통신 3사와의 협력 체계도 갖춰지지 않아 통신사 유통망에서 샤오미 스마트폰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샤오미의 주 고객층은 온라인상에서 중저가 모델을 구매하려는 이들인 실정이다. 샤오미 측도 “매출 기준으로 세계 3위 사업자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신생 브랜드”라며 이런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
샤오미는 최근 들어 시장 점유율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여의도 오프라인 매장을 시작으로, 주요 거점 도시에 매장과 대형 가전까지 수리 가능한 서비스센터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는 상황에서 후발주자인 샤오미가 압도적인 스펙이나 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를 보지 않는 이상 단시간에 한국 소비자 마음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