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열 발레단이 20년 만에 한국을 왔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지금의 로열 발레단’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2일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열린 영국 로열 발레단의 ‘더 퍼스트 갈라’(4~6일 시그니처홀) 기자간담회에서 케빈 오헤어 예술감독은 “로열 발레단의 해외 투어가 많지 않은 편인데, 올해 한국을 방문하게 돼 기쁘다. 이번 내한공연은 발레단의 프로그램은 대표 레퍼토리들을 한데 아우르는 스냅샷 같다”고 말했다.
로열 발레단은 ‘영국 발레의 어머니’ 니네트 드 발루아가 1931년 창단한 빅 웰스 발레단에서 출발해 1956년 왕실 칙허를 받아 지금의 모습이 됐다. 그리고 발레의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거장 안무가 프레데릭 애쉬턴과 케네스 맥밀란을 앞세워 명문 발레단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소련에서 망명한 발레리노 루돌프 누레예프와 영국이 낳은 스타 발레리나 마고 폰테인 콤비의 활약으로 세계적으로 발레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6년 현대무용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를 상주안무가로 임명한 로열 발레단은 이후 컨템포러리 발레를 적극적으로 선보이는 한편 안무가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단원들을 안무가로도 키워내고 있다. 1978년, 1995년, 2005년 전막 발레를 가지고 내한했던 로열 발레단은 네 번째 내한인 이번 갈라 무대는 클래식 발레부터 컨템포러리 발레까지 대표작 10여 편의 하이라이트로 꾸민다. 오헤어 예술감독은 “니네트 드 발루아는 ‘과거를 존중하고, 미래를 기대하되, 현재에 집중하라’고 말했다. 이것은 우리 발레단을 운영하는 기본 신조”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수석무용수 바딤 문타기로프·후미 가네코, 퍼스트 솔로이스트 최유희·전준혁이 참석했다. 120여 명으로 이뤄진 로열 발레단의 단원은 프린시펄(수석무용수)-퍼스트 솔로이스트-솔로이스트-퍼스트 아티스트(군무 리더)-아티스트(군무)의 5등급으로 나뉜다. 여기에 다른 발레단과 달리 기존 무용수 등급과 별도로 연기력이 필요한 프린시펄 캐릭터 아티스트들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인 단원은 최유희와 전준혁 외에 퍼스트 아티스트 김보민, 아티스트 박한나가 있다.
재일교포 4세로 2003년 한국 국적으로 처음 입단해 2008년 퍼스트 솔로이스트가 된 최유희는 “로열 발레단 소속으로는 2005년에 이어 20년 만에 오게 됐다. 이번 내한공연이 둘째 아이 출산 이후 발레단 복귀 무대라서 더욱 뜻깊다”고 웃었다. 또 로열 발레학교를 거쳐 2017년 한국 발레리노로는 처음 로열발레단에 입단해 지난해 퍼스트 솔로이스트로 승급한 전준혁은 “로열 발레단은 세계에서 발레를 제일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 구성원이 되어 무대에 서는 것은 내게 자부심을 준다”면서 “그동안 국내 갈라 공연에 출연한 적 있지만 로열 발레단 소속으로 한국 관객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정말 기쁘다”고 피력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