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방송사들로부터 ‘강남 의대생 교제 살인사건’의 항소심 판결에 대한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원심은 피고인에게 징역 26년을 선고하며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모두 기각하였으나, 항소심에서는 징역 30년을 선고하며 보호관찰은 인용하고 부착명령은 기각하였다.
형량이 늘어난 것은 원심과 달리 항소심은 피고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고, 무기징역이 선고되지 않은 것은 범죄 유형이 ‘보통 동기 살인’으로 분류되어 사실상 최고형인 무기징역이 아닌 유기징역을 선택하되 최상한인 30년을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
부착명령이 기각된 것은 부착명령이 보호관찰보다 신체 및 사생활의 자유에 대한 제약이 커서 더 높은 재범의 위험성을 요구하기 때문으로, 항소심은 재범의 위험성이 보호관찰을 명할 정도에는 이르렀으나 부착명령을 명할 정도에는 이르지 못하였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과 주요 언론사의 법률 자문 변호사로 일하다 보니 사회적 관심이 높은 형사 사건에 관한 문의를 자주 받는데, 최근 스토킹이나 교제폭력 관련 자문과 인터뷰 요청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중 가장 많은 문의를 받는 것은 단연 스토킹 범죄인데, 경찰청 통계에 따르더라도 스토킹 신고 건수는 2021년 1만 4,509건에서 2024년 3만 1,947건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스토킹 범죄는 과거 경범죄로 분류되어 10만 원 이하의 벌금형 등 경미한 처벌을 받았으나 2021년 살인이나 폭행 등 강력범죄의 전조 범죄로 인식되면서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되었고, 2023년 개정을 통하여 반의사불벌죄를 삭제하는 등 처벌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현행법상 스토킹 범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는 등 처벌 수위가 높고 접근금지 등 긴급응급조치와 유치장 유치와 같은 잠정조치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폭발적인 신고 증가와 처벌수위 강화에도 스토킹 범죄는 행위 태양이 광범위하고 해석 기준이 모호하여 수사기관과 피의자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스토킹 범죄 성립 여부는 사건의 특성과 구체적 사실관계 등에 따라 달라지므로 정형화하기 어려우나, 실무에서는 대상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지, 그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고,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지가 주로 쟁점이 된다.
첫 번째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행위여야 한다. 주의할 것은 처음에는 합법적인 권리 행사나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도 상대방의 명시적 거부 의사 표시 후에도 계속되는 경우 정당한 이유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 행위여야 한다. 스토킹 범죄는 구성요건상 스토킹 행위의 지속 또는 반복을 요하므로 단일한 행위가 상당 시간 지속되거나 일련의 행위가 반복되어야 한다. 따라서 일회성 내지 비연속적인 단발성 행위는 스토킹 범죄로 처벌할 수 없다.
세 번째는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여야 한다. 스토킹 범죄는 상대방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라도 평가되는 경우에 성립하는데, 실무에서는 상대방과의 관계, 행위의 경위 및 내용, 행위 전후의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법조계에는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사람이 고통받으면 안 된다’는 법언이 있다. 스토킹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억울한 전과자가 양산되지 않도록 관련 법제를 정비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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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