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악어가 서식하는 플로리다주 늪지대에 신설된 불법 이민자 수용시설 ‘악어 앨커트래즈’를 방문해 불법 이민에 대한 강경한 단속을 강조했다. 불법 이민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주 남부 습지인 에버글레이즈에 새로 만든 불법 이민자 구치소를 방문했다. 마이애미에서 서쪽으로 약 80㎞ 떨어진 외딴 지역에 조성된 이 시설 주변에는 악어와 비단뱀 등 각종 야생동물이 있어 탈옥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 백악관 설명이다. 구치소 명칭부터 악어(앨리게이터)와 앨커트래즈(탈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악명 높은 교소도)를 합친 것으로 그만큼 탈출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트럼프는 이곳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 시설은 곧 가장 위협적인 이민자들을 구금하게 될 것”이라며 “이곳에서 빠져나가는 유일한 길은 (미국 밖으로의) 추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시설에 도착 전 ‘악어 앨커트래즈’ 수감자들을 겨냥해 “감옥에서 탈출하면 어떻게 악어를 피해 도망갈 수 있는지를 가르쳐 줄 것”이라며 “일직선으로 달리지 말라”고 했다. 그러면서 손을 지그재그로 움직이면서 “이렇게 달리면 (생존) 확률이 1% 올라간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시설에서는 불법 이민자 3000명 정도를 수용 가능하고, 일부 수용자는 3일부터 도착한다. 200대 이상의 보안 카메라와 8500m의 철조망이 설치돼 있고, 보안요원 400명이 배치된다.
‘악어 앨커트래즈’ 감옥이 실제로 삼엄한 감옥이라기보다 일종의 ‘쇼’를 위한 시설이라는 지적도 있다. 악어로부터 실제로 공격받을 가능성이 작다는 주장이다. 플로리다 어류 및 야생동물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플로리다에서 악어의 공격으로 플로리다 주민이 심각한 부상을 입을 가능성은 약 310만 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구금 시설 인근에서 시위대는 “에버글레이즈에 ICE(이민세관단속국)는 없다” “마이애미에서 ICE가 녹는다”는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곳의 구금시설이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과 이민자의 인권을 침해하고,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파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방문과 행정부의 레토릭은 이민에 대한 트럼프의 강경한 접근과 대량 추방이라는 목표를 강조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은 트럼프의 이민 정책에 점점 반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 이슈는 트럼프 지지층에는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전했다. 지난 26일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의 이민 정책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57%로, 지난 1월 같은 조사의 46%보다 11%포인트 증가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