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 타이거즈’의 대반란…6월 승률 1위 KIA, 디펜딩 챔피언이 깨어난다

입력 2025-07-01 17:54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KIA 타이거즈 선수단. KIA 제공

KIA 타이거즈가 ‘디펜딩 챔피언’다운 저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시즌 초 중·하위권을 맴돌았던 KIA는 지난달 승률 1위를 기록하며 리그 순위를 끌어올렸다. 주전들의 줄부상 공백을 메운 백업들의 활약이 급반등의 원동력이 됐다.

1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KIA는 지난달 15승(2무 7패)을 쓸어 담으며 6월 승률 1위(0.682)에 올랐다. 월간 승률 2위 한화 이글스(0.550)와의 격차가 1할을 웃돌 정도로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KIA는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갔던 지난 시즌과 달리 힘을 쓰지 못했다. 지난 4월에는 꼴찌 추락을 경험하며 체면을 구겼다.

‘부상 악령’이 문제였다. 지난해 리그 최우수선수(MVP) 김도영을 비롯해 나성범, 김선빈 등 우승 전력들이 한꺼번에 이탈했다. 곽도규도 9경기 만에 팔꿈치 수술로 떠났다. 그는 지난해 71경기 16홀드를 올린 불펜진의 핵심이었다.

KIA는 올 시즌 현재까지 부상자 명단을 16번 등록했다. 삼성 라이온즈와 더불어 리그에서 가장 많은 횟수다.

KIA의 6월 반등 배경에는 백업 선수들의 분전이 있었다. 거포 유망주 오선우는 전날까지 타율 0.297에 8홈런 29타점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1군 3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승부처에서 클러치 히터의 면모까지 보여주고 있다. 타율 0.250의 김호령은 나성범이 빠진 외야의 중심을 잡고 있다. 김호령은 지난해 타율 0.136에 머물렀다.

불펜에선 성영탁이 난세 영웅으로 등장했다. 신인드래프트 10라운드 출신인 그는 전날까지 0점대 평균자책점(0.89)을 기록하며 새로운 필승조로 안착했다. 김규성은 김도영과 김선빈이 빠진 내야에서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령탑과 팬들은 KIA표 ‘잇몸 야구’에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이범호 KIA 감독은 “6월 한 달간 선수들이 잘 해내줬다. 모두가 최우수선수(MVP)”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팬들은 KIA를 ‘함평 타이거즈’라고 부른다. 전남 함평에 있는 2군 홈구장에서 콜업된 선수들이 1군 주력으로 올라선 뒤 생겨난 애칭이다.

리그 4위 KIA는 1위 한화와 3.5경기 차까지 좁힌 채 7월을 맞이했다. 주축 선수들도 차례로 복귀할 예정이어서 후반기 대반격을 노릴 전망이다.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좌완 파이어볼러’ 이의리는 최근 1군 복귀 초읽기에 들어갔다. 김선빈도 이달 중 복귀를 목표로 재활 중이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