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은 국내 민간은행 최초로 중형조선사 HJ중공업에 미화 1억6400만 달러(한화 약 2222억 원) 규모의 선수금 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을 단독 발급했다고 1일 밝혔다. 정책 금융기관의 보증 없이 민간은행이 중형조선사에 RG를 제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RG 발급은 지난달 금융위원회 면책심의위원회가 의결한 ‘중형조선사 수주가이드라인 준수 시 면책 적용’ 조치 이후 첫 사례다. RG는 조선사가 선주로부터 선박 계약금을 받은 뒤 건조 실패나 계약 해지 시 이를 돌려주는 금융 보증으로, 선박 수주 과정에서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중형조선사의 경우 재무 불안과 보증 한도 부족 등으로 RG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HJ중공업은 지난해 11월 그리스계 선주로부터 80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했으나 정책 금융기관의 RG 한도 소진으로 나머지 2척에 대한 보증이 지연되고 있었다. 이에 부산은행은 무역보험공사가 지원하는 1척을 포함해 총 2척에 대해 전격적으로 RG를 발급하며 계약 이행을 가능하게 했다. 해당 선박은 예정대로 내년 7월과 10월에 인도될 예정이다.
부산은행 측은 “단순한 재무제표에만 의존하지 않고, 선박의 사업성과 조선사의 미래 경쟁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RG 발급을 결정했다”며 “민간 금융기관이 산업기반 지원에 실질적으로 나선 의미 있는 사례”라고 밝혔다.
HJ중공업 관계자는 “RG 확보로 추가 수주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지역 상생과 K-조선의 재도약을 견인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지역 대표 금융기관으로서 지역 조선사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힘을 보태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해운·조선 산업 발전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