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 멘토 되고, 예술가·소외계층 섬기는 ‘선교형교회’ 사례들

입력 2025-07-01 14:36 수정 2025-07-01 15:19
신촌평광교회가 운영 중인 멘토링 프로그램 ‘올리브 틴즈’에 참여한 학생들이 자신의 장점 등을 적은 종이를 들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신촌평광교회 제공

서울 신촌평광교회(마신희 목사) 교역자와 사모, 청년 리더들은 각자의 재능과 전문성을 내세워 다음세대의 일상 속으로 찾아간다. 영어와 수학을 가르쳐 주거나, 자기소개서 작성법이나 성공적인 면접법 등을 조언해주고 진로 상담도 한다. 멘토로서 다음세대의 신앙 정체성 회복과 전인적인 성장을 돕는데 가장 초점을 둔다.

마선희 목사는 30일 “멘토링을 받은 다음세대가 성장해 다시 멘토로서 헌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교회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도모한다”며 “이는 다음세대와 지역사회에 교회가 청소년들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공동체임을 보여주며, 교회와 신앙에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마 목사는 이 같은 사역 모델을 ‘선교형 멘토링 교회’라고 규정했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에서 착안했다. ‘올리브 틴즈·키즈’라는 이름으로 교회가 운영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인근 미션스쿨인 강서고등학교 교목실과 사역을 협력하고, 학부모 대상 신앙상담 및 치유·회복 모임을 이끌어 사역의 확장성도 꾀한다.

마 목사는 “다원화된 작은 신앙 공동체들이 각자의 은사와 재능을 활용해 지역사회에 복음을 전파하는 창의적인 선교 접근법이라 볼 수 있다”며 “다양한 공동체가 서로 연결돼 하나의 큰 교회를 이룬다”고 부연했다.

마신희 신촌평광교회 목사가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제109회기 선교형교회 개척사례 공모전’에서 교회 사역을 발표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신촌평광교회가 운영 중인 지역 학부모 간담회 모습. 신석현 포토그래퍼, 신촌평광교회 제공

마 목사는 이 같은 사역으로 이날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김영걸 목사) 총회가 선정한 선교형교회 최우수 개척 사례로 뽑혔다. 예장통합 총회는 변화하는 선교 환경 속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선교형교회’의 모델을 발굴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3월부터 ‘선교형교회 개척사례 공모전’을 벌였다. 31개 교회가 지원했다. 서류 심사와 현장 실사를 거쳐 신촌평광교회 등 7개 교회가 추려졌다.

이들 7개 교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3차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다. 선교적 교회를 지향하는지와 사역의 창의성과 지속 가능성 그리고 다른 교회에 적용 가능성 등이 심사기준이었다.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신촌평광교회처럼 경제적 소외계층만이 아닌 다음세대와 이주민 등 현시대의 새로운 선교 대상이 된 이들을 상대로 맞춤형 사역과 목회를 펼치는 각 교회 사례가 소개됐다.

유경호 움오름교회 목사가 제빵 도구를 들고 화덕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아래 사진은 움오름교회 쿰아트 단원들의 클래식 공연 모습. 움오름교회 제공

우수상을 탄 서울 움오름교회(유경호 목사)는 음악·미술 등 문화사역과 브런치·제빵카페 쿰빠니(Qumpanis)를 통한 일터 사역을 펼쳐온 점을 인정받았다. 움오름교회는 ‘쿰아트(Qum Art)’라는 예술단체를 만들어 예술가들을 지원하고 소외계층을 위한 문화공연과 예술 교육을 진행하며 지역사회와 소통한다. 쿰(Qum)은 아랍어로 ‘함께’, 히브리어로는 ‘일어서다’를 뜻한다. 지역주민센터 복지팀과 협업해 소외계층에 음식을 제공하는 나눔 사역도 펼친다.

유경호 목사는 “우리교회는 ‘3덜 교회’를 지향한다”며 “예수의 길을 따라 좁은 길을 걷는 덜 멋진 교회, 자기를 위한 욕망을 멀리하며 진리를 전하는 덜 유명한 교회, 자산의 축적이 아니라 가진 것을 나누는 덜 가진 교회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직접적인 복음전파가 어려울 때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고도 거부감 없이 복음이 확장되도록 한다”며 “빵을 나누는 일을 통해 공동체적인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며 지역의 이웃인 교회, 사람들과 함께하는 공동체로 자리매김해 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세우는교회가 운영 중인 ‘꼬망도시락카페’에서 교인 등이 소외계층을 위한 도시락을 포장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봉사자들이 지역 내 홀몸노인과 함께 식사하는 모습. 세우는교회 제공

서울 세우는교회(박성민 목사)는 ‘꼬망도시락카페’를 운영하며 얻은 이익으로 홀몸노인과 쪽방촌 등 소외계층을 위한 도시락 지원 사역을 펼치고, 미술·영어학원과 국제학교 등을 운영하며 교육 혜택에서 소외된 다음세대를 챙겨왔다는 점을 인정받아 우수상에 뽑혔다.

박성민 목사는 “카페, 학원, 국제학교 등 교회와 세상을 연결하는 공간에서 일하는 성도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웃과 만나게 되고 나아가 그 관계를 통해 예수님을 믿고 교회에 나오게 되는 수많은 사례를 보게 된다”며 “이를 통해 뉴노멀시대 꼭 교회마다 이런 공간이 필요함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성도가 교회와 직장이 분리돼서 오는 딜레마로 어려움을 겪기 마련인데 교회가 성도들에게 이웃사랑과 봉사에 함께 나설 수 있는 장소, 말씀과 삶이 일치되는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복음과 말씀으로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게 된다”며 “이를 통해 서로의 삶을 공유하며 친밀한 교회 공동체를 이룰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예장통합 총회국내선교부가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연 ‘제109회기 선교형교회 개척사례 공모전’ 시상식에서 수상자 등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이들 교회 외에 캘리그라피나 오카리나 공연 등 문화강좌를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남양주청소년희망연구소를 세워 지역 청소년을 위해 멘토링 사역을 벌여온 경기 한알의밀교회(김현수 목사)와 아프리카 난민 및 국내 거주 이주민과 다문화·북한이탈주민 가정 등을 품어온 경기 자유로운교회(박혜원 목사), 청주 함께가는교회(이영규 목사)가 장려상을 받았다. 예배의 자리를 떠난 ‘가나안 성도’와 함께 일터 사역을 펼치는 서울 탐험하는교회(이춘수 목사)는 특별상을 받았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