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앞둔 도시 관문이 이래서야”…경주IC 주변 정비 시급

입력 2025-07-01 12:45 수정 2025-07-01 13:33
경주시 관내 고속도로 사면 안정을 위해 설치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심하게 변색된 모습. 독자제공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도시의 첫인상을 좌우할 경주IC 일대에 대한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경주시 등에 따르면 현재 APEC 주요 회의가 열리는 보문관광단지 일원은 물론 도심과 관광지를 중심으로 교통, 환경 시설 등의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경주의 관문 역할을 하는 경부고속도로 경주IC 주변과 고속도로는 수년째 방치되고 있다.

경주IC 진입로 일대의 경부고속도로 울산 방향과 건천 방향, 경주시 진입로 곳곳의 중앙분리대, 낙석방지용 콘크리트 구조물, 방음벽 등은 변색과 오염이 심각한 상태다.

특히, 이 구간은 APEC 정상과 해외 대표단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핵심 진입로라는 점에서 시민들 사이에 도시 이미지 훼손과 국가적 망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지난해 12월 한국도로공사에 해당 구간에 대한 도로 환경 정비 협조를 공식 요청했다.

정비대상은 경주IC진입로 건천방면에서 울산방면까지 왕복 6차로 3㎞ 구간으로 도로 덧씌우기와 도색, 교통안전시설 정비는 물론 중앙분리대, 갓길 옹벽, 터널 입구 등 콘크리트 노출면의 정비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요청 이후 도로공사 측의 공식적인 회신이나 정비 일정은 아직까지 없는 상태다.

경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국토부에 경주IC 주변 환경 정비가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냈다”면서 “한국도로공사에서 관련 계획을 세우고 사업을 시행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공식적인 답변은 아직이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경주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APEC 개최 100일 정도를 남겨 두고 외국인을 맞을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시민 박모(61) 씨는 “지금이야 우리 눈엔 익숙하겠지만, 외국인의 눈에는 어떻게 보일지 부끄럽고 민망하다”라며 “해마다 수백만 관광객이 찾는 도시인데, 이 상태로 외국 정상들을 맞이하겠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관리가 되지 않아 오염이 된 경주시 관내 국도 터널 입구 모습. 독자제공

전문가들 역시 정비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지난해 11월 한국도로학회는 ‘APEC 정상회의 지원 워크숍’을 경주에서 열고 도로 경관 개선과 안전성 확보의 필요성을 공식 건의한 바 있다.

최준성 인덕대 교수(한국도로학회 전 회장)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도로포장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구조물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라며 “도로 구조물 정비 문제를 단순한 미관 개선 차원으로 봐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외국 정상들에게 치명적인 첫인상을 남길 수 있는 도로 미관의 방치는 경주의 도시 이미지 실추를 넘어 ‘국격’ 훼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경주=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