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뇌과학자가 말하는 ‘용서’의 역설

입력 2025-07-01 12:15 수정 2025-07-01 12:17
안양=손동준 기자

“용서하지 못할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는 역설적으로 자기 자신입니다.”

프레시 콘퍼런스 메인 강사 중 한 명인 제시 크루익생크(사진·46) 박사는 30일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용서하지 못하면 불안하고 경직되며 다른 관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적대적 관계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용서”라며 이같이 말했다. 크루익생크 박사는 이날부터 2일까지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에서 프레시 콘퍼런스 주제 강의를 전한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인지과학을 전공한 그는 신경과학 기반의 제자훈련과 영적 변화를 연구하고 교회 개척 지도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인간 발달 과정 전반에 걸쳐 적대 관계가 형성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생애 초기 울음에 반응하지 않는 보호자에게 시작돼 형제, 친구, 직장 동료로 관계망이 확장될수록 적대 관계의 범위도 함께 넓어진다는 설명이다.

2025 프레시 콘퍼런스에서 주제 강의를 전하고 있는 제시 크루익생크(왼쪽) 박사와 통역가로 나선 이지영 선교사. 안양=손동준 기자

뇌과학적 관점에서 그는 ‘적대 모드’라는 개념도 소개했다. 우리 뇌는 크게 연결과 방어라는 두 가지 모드를 취하는데, 타인을 적으로 인식하면 옳고 그름에 상관없이 모든 외부 정보를 거부하는 방어 기제가 작동된다는 것이다. 다만 크루익생크 박사는 “인간관계에서 켜진 적대 모드가 하나님과의 관계까지 차단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우린 대개 나와 비슷한 이들과만 교제하고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들은 멀리하려 합니다. 이런 모습은 교회 안에서도 흔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이들만 찾으면서 하나님 명령을 잘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성도들이 적지 않아요. 그런데 이런 적대적 패턴이 확장되면 삶의 불공정함 앞에서 하나님께 책임을 묻게 되고, 결국 하나님까지 원수로 여기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인도하시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원수를 품지 못하는 삶은 언젠가 하나님과의 관계까지 단절시키고 신앙의 상실로 이어집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씀만 주시지 않고, ‘원수까지 사랑하라’ 명령하신 데엔 영적 의미가 있다”며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를 독특하게 창조하셨음을 인정하고, 다름을 가치 있게 여길 때 진정한 사랑이 시작된다”고 했다. 이어 “용서가 단번의 다짐인지, 그게 아니면 지속적인 과정인지”에 묻는 말에 그는 “둘 다”라고 답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 번 용서하면 그다음엔 점점 용서가 쉬워집니다. 다짐은 어렵지만, 용서의 여정 가운데 먼저 회복되는 대상은 나 자신입니다. 성령의 도우심을 구합시다. 성령께서 우리를 먼저 위로하시고 치유하십니다.”

안양=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