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고난이 끊이지 않았던 상처투성이였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저와 같은 탈북민들을 통해 한국 교회를 깨우시고 함께 북한 주민들을 위해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탈북민 출신 연기자 김아라씨는 30일 경기도 파주시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에서 열린 ‘제34차 복음통일 컨퍼런스’ 첫날 집회에서 간증했다. 그는 “탈북 후 남한에서 연기자가 됐지만 허무함은 사라지지 않았다”며 “북한을 품고 기도하라는 하나님의 비전에 순종해 남북의 청년들과 함께 기도하기 시작했고, 자신과 같은 탈북민 지체들을 사랑하지 못했던 것을 회개하게 됐다”고 말했다.
간증을 마친 김씨는 남한에서 만난 남편, 그리고 아기와 함께 찬양을 인도하며 복음으로 하나 될 한반도를 위해 기도했다. 천여 명이 모인 대성전은 눈물 섞인 기도 소리로 가득 찼다.
에스더기도운동(대표 이용희 목사)이 주최하는 이번 성회는 ‘분단 80년, 내 민족을 내게 주소서’(에스더 7:3)를 주제로 오는 4일까지 4박 5일간 진행된다. 에스더기도운동은 2007년부터 북한구원을 위한 금식기도성회를 개최해 왔으며 이번이 19년째다.
개회예배에서는 이선규 대전 즐거운교회 담임목사가 ‘하나 되어 요동치 않게 하라’(살전 2:13, 고전 2:4~5)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이 목사는 “영적 패배를 승리로 바꾸는 비결은 말과 고백을 바꾸는 것”이라며 “아무리 상황이 어둡고 힘들어도 ‘하나님은 살아계신다’ ‘하나님은 상 주시는 분이다’라고 선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강의에서는 국제정치 전문가 이춘근 박사가 최근 북한 내부 상황과 국제 정세를 분석하며 한반도 통일 전망을 조명했다. 그는 “북한 김정은 체제는 정치·경제·군사적 내구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중국, 러시아, 이란 등 북한의 우방국들조차 심각한 내부 위기를 겪는 가운데, 복음 통일의 문은 어느 날 ‘산사태처럼’ 갑작스럽게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집회에는 다양한 세대의 성도들이 참여했다. 집회를 처음 참석한 이종배(60) 집사는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으며 북한 구원과 복음 통일이 결코 먼 얘기가 아님을 실감했다”며 “말씀부터 강의, 간증까지 통일에 대한 실제적인 접근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오지수(24)씨는 “북한 지하교회 성도들은 한국 교회를 위해 목숨을 걸고 기도하는데 우리는 너무 무관심했다는 것을 회개하게 됐다”며 “나부터, 우리 교회부터 복음 통일을 위해 기도해야겠다는 결단을 했다”고 전했다.
저녁 집회에서는 부산통일광장기도회 공동대표 이성구 목사가 ‘선지자의 터 위에 세우심을 입은 자들이여’(엡 2:19~22)를 주제로 말씀을 전했다. 그는 “신약의 사도들과 구약의 선지자들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미친 자’라고 불렸지만, 그들은 역사를 바꿨다”며 “우리도 엘리사의 생도처럼, 예레미야처럼, 예수님처럼 그리스도인의 참된 정체성을 갖고 세상의 어둠과 싸워야 한다”고 도전했다.
이날 마지막 순서로 진행된 전국연합 통일광장기도회에서는 북한에 13년째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집사가 단에 올라, 억류 중인 선교사 6인의 송환과 북한 구원을 위한 기도를 인도했다. 탈북민 이요셉씨는 “북한에서 김씨 일가를 우상화했던 죄를 회개한다”며 간절한 기도를 함께 올렸다.
전국통일광장기도회는 2011년 10월 31일 서울역 광장에서 첫 기도회를 시작해 현재 국내 47개 지역과 뉴질랜드, 영국, 미국 등 해외 15개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기도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용희 목사는 “올해는 분단 80년이 되는 해지만, 북한은 여전히 복음을 듣지 못하고 많은 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며 “모르드개가 에스더를 일깨워 민족을 구원했던 것처럼, 우리도 한국교회를 깨워 복음 통일의 사명을 감당하자”고 강조했다.
파주=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