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이 최근 대통령실과 만나 3가지 최우선 과제를 설정한 새 요구안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새로운 요구로 학생 복귀를 위한 학사 유연화 등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이 예상된다.
1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대협은 최근 대통령실과 만나 기존의 8대 요구안을 우선순위에 맞춰 재조정한 새 요구안을 전달했다. 새 요구안에 담긴 최우선 순위는 2024학번과 2025학번이 함께 수업을 받아야 하는 ‘더블링 문제 해결’을 비롯해 ‘학사 유연화’ ‘의·정 거버넌스 구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의대 40곳에서 2학기 수업이 시작되는 8월 말 전에 의·정 사태 난맥상을 풀고 수업에 복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의대협은 그동안 ‘합리적 수가 체계 마련’ ‘의료전달체계 확립’ ‘수련환경개선’ 등을 담은 대정부 8대 요구안을 고수했다. 하지만 의료계 안팎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단번에 해결되기 어려운 비현실적인 요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근 협상·대화를 강조하는 새 대한전공의협의회 지도부가 출범하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는 등 의·정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자 새로운 요구조건으로 대화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의대생단체가 요구하는 ‘학사유연화’는 논란이 큰 사안이다. 학사 유연화란 미복귀 의대생이 향후 학점 이수와 학년 진급이 가능하도록 정해진 학사운영 규정에 예외를 제공하는 조치를 말한다. 이를 받아들일 경우 정부·국회는 미복귀 의대생에 대한 유급·제적을 확정한 학칙을 무력화하는 것은 물론 실습 기간 단축, 국가고시 추가 실시 등 의학교육 질을 유지하기 위한 규정도 훼손해야 한다. 앞서 복귀한 의대생 뿐만 아니라 다른 과 학생과의 형평성 등 공정성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다시 ‘의사 특혜’라는 비판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의료계 관계자는 “1학기 수업일수 미달 등으로 학칙상 유급이 결정된 학교들이 많다. 이런 상황을 구제하려는 것 자체가 원칙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추가적인 학사 유연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먼저 복귀한 학생을 최우선 보호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강의실로 돌아간 한 의대생은 “특례를 주면 강경파 의대생에게 먼저 복귀한 학생을 비난할 명분만 주는 것”이라면서 “분리 수업과 차등 진급 등 학생 보호를 위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