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털 박혔나’…트럼프 연일 “일본에 서한 보낼 것”

입력 2025-07-01 05:39 수정 2025-07-01 08:5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각국에 부과할 관세율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일본을 향해 관세 서한을 보내겠다고 재차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부진한 관세 협상과 관련해 일본을 본보기로 거론하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얼마나 부당하게 하는지를 보여주려고 한다”며 일본을 예로 들었다.

트럼프는 “나는 일본을 매우 존중한다. 하지만 그들은 대량의 쌀 부족을 겪고 있는데도, 우리의 쌀을 수입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다시 말해 우리는 그들(일본)에게 서한을 보낼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앞으로 오랜 기간 무역 파트너로 삼고 싶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서한의 구체적인 내용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일본과의 무역 협상에 대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가 무역협상과 관련해 일본을 거론한 것을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는 전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일본의 예를 들며 “친애하는 일본, 당신의 자동차에는 25% 관세가 붙을 것”이라는 식의 편지를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는 석유가 있다. 그들은 많은 석유와 다른 것을 수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일본과 한국의 자동차업체가 미국 자동차 업체보다 낮은 관세를 적용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관세를 설정했기 때문”이라며 선을 그었다.

미국과 일본의 무역 협상은 속도가 더디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접촉하기 위해 워싱턴DC 체류 일정을 연장했지만 끝내 만나지 못하고 귀국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대면 불발이 “유감”이라며 대미 협상 진척 여부에 대해 “오리무중이라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자동차 관세 25%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에 대해선 “언급을 삼가겠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 사이에서 점점 관세 강경론이 나온다. 베선트 재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선의로 협상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지만, 그들은 만약 자신들이 버티는 바람에 우리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4월 2일(상호관세 발표일) 수준으로 다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상호관세 유예 연장 가능성에 대해 질문받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그(트럼프 대통령)는 그들이 선의로 협상하려 하지 않는다면 많은 나라에 관세율을 결정할 것”이라며 “그는 이번 주에 그 일을 하기 위해 무역팀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트럼프의 대규모 감세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국내 이슈가 정리된 이후 관세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세금법안이 통과되자마자 집무실에서 마라톤 회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우리는 대통령과 (무역 상대국을) 하나씩 검토할 것이고, 최종 결정을 내려 관세율을 설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지도부에 4일까지 감세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문한 상태로, 4일 이후부터는 상호관세로 정책의 표적을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