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메리카 온두라스에 있는 ‘촐루테카 다리’는 태풍에도 끄떡없었다. 1998년 일본 기업이 철재로 만든 484m의 다리가 놓이자 지역 주민들은 환호했었다. 그해 가을 허리케인 ‘미치’가 몰려와 100개 넘는 다리가 무너졌지만, 이 촐루테카 다리는 멀쩡했다.
문제는 강물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흙모래가 흐름을 덮어버리면서 강물은 다리 아래가 아닌 옆으로 흘러갔다. 다리는 건재했지만 아무 소용없는 다리가 됐다.
안광복 청주상당교회 목사는 30일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에서 열린 제3회 프레시 콘퍼런스에서 TED 식 강연에 나섰다. 전통적 교회의 선교적 변화를 주제로 강의한 안 목사는 이 촐루테카 다리 이야기를 꺼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흐름을 읽지 못하면 아무리 견고해 보여도 촐루테카 다리처럼 무용한 구조물이 됩니다.”
안 목사는 선교적 교회로의 변화를 요청하면서 전통적 교회와 선교적 교회의 차이를 7가지로 설명했다.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선교에서 모두의 선교로 확대’ ‘해외 중심에서 지역·일상으로 사역 범위 변화’ ‘예배당으로 사람 불러 모으기에서 세상으로 성도들을 보내고 파송하기로’ ‘유기적·평신도 중심으로의 전환’ ‘개인 구원을 넘어 문화·정의까지 아우르는 총체적 복음 사역’ 등이 여기 속한다. 안 목사는 “전통적 교회는 목회자와 선교사가 주체였고 성도는 후원자에 머물렀다”며 “하지만 선교적 교회는 모든 성도가 삶의 자리에서 파송된 존재”라고 강조했다.
청주상당교회는 설립 50년을 바라보는 대표적 전통교회지만 선교적 변화를 위해 지난 7년간 띵킹(Thinking)–체인징(Changing)–두잉(Doing)–네트워킹(Networking)이라는 4단계 과정을 거쳤다. 안 목사는 “본질과 비본질을 분별해 지켜야 할 것은 지키되 흐름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진 강연에서 윤지훈 안산 시냇가에심은교회 목사는 ‘선교적 삶에서 선교적 교회로’를 주제로 마을 살이 기반의 교회 개척기를 풀어냈다.
“동네 카페부터 시작해 기타교실, 청년 지도, 부모 모임까지 그냥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려고 했습니다. 2년 반 동안 교회라는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마을 활동만 했습니다.”
윤 목사는 “관계가 깊어지고 나서야 ‘우리 이제 교회로 모여보자’고 권했더니 적지 않은 이들이 반응했다”며 “4~5명으로 시작한 모임이 지금은 140여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교회는 선교를 해서 선교적인 게 아니라 존재 자체가 선교적이어야 한다”며 “따뜻한 이웃으로 살아내는 것이 교회”라고 말했다.
장청렴 호주 엠브레이스처치 목사는 노숙자 사역에서 배운 ‘존재론’을 전했다. 장 목사는 “10년째 멜버른 중심가에서 매주 100인분 식사를 나누며 노숙자와 함께 예배해왔다”며 “처음엔 그들이 변화되길 바랐지만 결국 하나님이 이 사역을 통해 저를 먼저 변화시키길 원하셨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너무 지쳐 포기하고 싶던 날, 한 노숙자가 ‘여기 오면 하나님의 사랑이 느껴져서 버틸 수 있었다’고 하더라”며 “사람을 바꾸는 건 내가 아니라 하나님이심을 그때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우리는 열매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사랑을 흘려보내는 통로가 되면 된다”고 덧붙였다.
안양=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