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처럼 얽매이지 말고, 불가사리처럼 살아나라”

입력 2025-06-30 20:13 수정 2025-06-30 20:53
황덕영 프레시무브먼트 공동대표가 30일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에서 열린 2025 프레시 콘퍼런스에서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불가사리는 팔이 잘려도 죽지 않는다. 잘려나간 팔도 스스로 몸을 만들어 살아난다. 중앙이 없어도 각 지체가 자생력을 가진다.

이상훈 미국 AEU(America Evangelical University) 총장은 30일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에서 열린 제3회 프레시 콘퍼런스 주제 강연에서 불가사리의 이런 특징을 소개하면서 “한국교회도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 속으로 흩어져 선교적 사명을 스스로 감당하는 불가사리 같은 선교적 교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교적 교회(Missional Church)는 교회가 예배당 안에 머무는 공간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파송된 존재로서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교회론이다. 이 총장은 전통적인 한국교회의 구조를 스파이더(거미) 모델로 설명했다. 거미 조직은 중앙의 머리가 잘리면 죽는다. 중앙 리더십이 전략을 짜고 모든 부서가 그 틀 안에서 움직이는 구조다. 반면 스타피쉬(불가사리) 조직은 중앙이 없어도 각 지체가 스스로 살아나며 새로운 몸을 만들어간다.

“초대교회는 이미 그런 모델이었습니다. 1~3세기 교회는 건물도 권력도 없었지만 모든 성도가 선교적 에이전트(요원)로 살았습니다. 이런 구조였기에 복음은 울타리를 넘어 예루살렘에서 유대와 사마리아, 땅끝까지 퍼져 나갈 수 있었습니다.”

이 총장은 한국교회가 왜 변화해야 하고 변화의 본질은 무엇인지 설명했다.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과 고정조직을 해체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교회를 해체하라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사고를 해체해야 합니다. 그래야 전환점이 발생하고 진짜 변화는 거기서부터 재구성됩니다.”

그러면서 기존 교회들의 변화 방식에서 자주 나타나는 문제점을 짚었다. “많은 교회가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존 것 위에 새로운 것을 자꾸 장착합니다. 그럴수록 교회는 무거워지기만 합니다. 몸이 무거우면 새로운 비전으로는 나아갈 수 없습니다. 불가사리처럼 각자가 흩어져도 다시 이어지는 살아있는 몸이 돼야 합니다”라고 했다.

이 총장은 북미에서도 모델로 꼽히는 선교적 교회들에서 찾아낸 10가지 특징을 소개했다. 젊은 리더십, 모험적 교회 개척, 팀 리더십, 지역사회 돌봄, 예수 중심 가치, 성령 중심 사역, 포용 공동체, 문화 활용, 세대와 시대에 맞춘 성육신적 사역, 하나님 나라 중심 연대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프레시 콘퍼런스는 ‘하나의 교회, 모든 세대, 모든 문화를 아우르는 선교적 교회’를 주제로 국내외 7개국, 191개 교회와 단체에서 참가자들이 모였다. 사흘간 주제강의와 선택 강의, 저녁 집회가 이어진다. 프레시무브먼트 공동대표 황덕영 목사는 개회 인사에서 성경 인물 엘리야의 ‘손바닥만 한 구름’을 언급했다

“엘리야가 기도할 때 처음엔 손바닥만 한 구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구름이 하늘 문을 열고 부흥의 비를 내렸습니다. 한 사람은 작은 물방울처럼 미약하지만, 하나님이 모이게 하시면 그것이 귀한 역사의 사인이 됩니다. 우리가 만드는 작은 구름이 부흥의 파도를 일으키길 바랍니다. 이 파도를 누가 어디서 일으켰는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오직 하나님만 높임 받으시길 바랍니다.”

안양=글·사진 손동준 이현성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