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폭탄’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지난달 제조업 생산 감소폭이 3.0%로 전달보다 더 커졌다. 특히 관세 직격타를 맞은 자동차 생산 하락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제조업 부진 여파는 전체 산업생산마저도 끌어내렸다. 설비투자 역시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탓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관세 여파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6월 지표 역시 암울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은 지난달 전(全)산업 생산이 전월보다 1.1% 감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지난 4월(-0.8%)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제조업 생산이 급격하게 줄었다. 지난달 제조업 생산은 전월보다 3.0% 줄어들며 지난 4월(-0.6%)보다 감소폭이 5배가량 커졌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에서 영향이 컸다. 최창윤 통계청 서비스업동향과장은 “제조업 중 금속 가공업의 생산 감소는 자동차와 건설업의 영향”이라며 “5월 자동차 부품에선 생산과 수출 모두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부과한 관세 영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최 과장은 “자동차 완성차는 4월부터, 자동차 신생 부품은 지난달부터 25% 관세율이 적용되고 있다”며 “관세 부과 영향이 통계상으로도 나타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출 침체를 부른 대외 불확실성은 설비투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4.7%나 감소했다. 지난 3월(-0.5%) 이후 3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설비투자가 3개월 연속 감소한 건 2023년 5월 이후 2년 만이다.
그나마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가 보합을 기록한 탓에 ‘트리플 감소’는 면했다. 지난달 소매판매는 지난 3월부터 2개월 연속 이어진 감소세를 끊어 내고 0.0%를 기록했다. 다만 반등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생산과 설비투자, 그리고 소비까지 반등하기 위해서는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한다고 평가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경제전망실장은 “관세 품목 중에서도 자동차와 부품이 25%로 다른 항목보다는 관세율이 크고 기존 수출량도 많았기 때문에 이 협상에 따라 향후 업계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 같다”며 “관세 변수를 제거하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 연초부터 개별 소비세 인하로 내수 시장은 어느 정도 방어했지만 여기서 더 관세율이 더해진다면 기업도 전략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