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역대급 ‘투고타저’(投高打低)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동 투구판정시스템(ABS) 도입과 공인구 반발계수 하락, 수준 높은 투수들의 등장을 원인으로 꼽는다.
3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전날 기준 규정 타석을 채우고 3할 이상 타율을 기록 중인 선수는 6명이다. 삼성 라이온즈 김성윤(0.352)과 롯데 자이언츠 빅터 레이예스(0.344), KIA 타이거즈 최형우(0.333), NC 다이노스 박민우(0.328), 한화 이글스 문현빈(0.314), LG 트윈스 김현수(0.300) 등이다. 지난 시즌 24명에 달했던 3할 타자가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KBO리그에선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두 자릿수 이상의 3할 타자가 나왔다. 2016년에는 무려 40명이 3할 타율을 넘었다. 올해는 극심한 방망이 가뭄 현상에 역대 3할 타자가 가장 적었던 1986시즌(4명)까지 회자되고 있다.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ABS가 애초에 타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는데, 올해 상·하단 스트라이크존을 더 낮추면서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공인구 반발계수가 줄고 평균 구속이 증가한 것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타구 비거리에 영향을 주는 공인구 반발계수는 올 시즌 0.4123으로 지난 시즌(0.4208)보다 줄었다.
장성호 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코디 폰세(한화), 드루 앤더슨(SSG 랜더스) 등 외국인은 물론 송승기(LG)를 포함한 국내 뉴 페이스 투수들이 대거 등장했다”고 짚었다. KIA 김도영을 비롯한 리그 간판타자들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가운데 투수들의 활약이 도드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규정이닝을 채우고 3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투수는 19명이다. 지난 시즌의 11명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늘었다. 특히 평균자책점 1.99를 기록 중인 폰세는 2010시즌 한화 류현진(1.82) 이후 15년 만에 ‘1점대 투수’에 도전하고 있다.
다만 리그에 뿌리내린 투고타저 흐름을 마냥 좋게만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같은 국제대회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 위원은 “타자들은 오히려 국제대회에서 인간 심판에 익숙함을 느낄 수 있다”면서도 “ABS존에 적응해 강세를 보였던 투수들이 외국 타자를 상대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최원준 박구인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