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덮친 극우주의는 지배 계급 권력 유지 수단”

입력 2025-06-30 14:57
국제 에큐메니컬 회의 발제자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대한성공회 대학로교회에서 전 세계 극우주의 현상과 교회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전 세계 에큐메니컬 학자들이 아시아 유럽 북미 등에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극우주의에 맞서 교회가 약자와 동행하는 역할을 감당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종생 목사)와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원장 신승민 목사)은 30일 서울 종로구 대한성공회 대학로교회에서 국제 에큐메니컬 회의를 열고 극우 현상에 대한 실천적 대안을 모색했다.

주제 강연을 맡은 요르그 리거 미국 밴더빌트대 명예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두 차례 당선시킨 주요 세력은 전통적인 종교적 가치를 강조하는 기독교 우파”라며 “이는 1930년대 소수 설교자와 전략가로부터 시작됐다. 자본주의와 자유기업을 지지하고 정부개입과 노조를 반대하는 것이 예수님과 성경의 이름으로 정당화됐다”고 지적했다. 리거 교수는 이어 “미국이 기독교인을 위해 설립됐다는 기독교 우파의 주장은 이들이 국가 전체를 통제하는 근거가 되며 결국 지배계급의 권력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덧붙였다.

종교에 기반을 둔 극우주의는 기독교뿐만이 아니다. 미니 앤 칼럽 동북아시아교회포럼 의장은 “인도에서는 힌두 민족주의 단체들이 ‘힌두교 국민주의’를 주창하며 소수 종교를 배제하고 있고 미얀마와 스리랑카에서는 불교 민족주의 운동이 무슬림을 대상으로 폭력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아시아의 현실을 설명했다. 칼럽 의장은 “특정 국가나 종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폭력이 정당화되는 상황에서 교회는 용기를 갖고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하며 정의에 대한 헌신을 보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를 극복한 한국의 사례도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김민아 박사는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극우 세력은 광장과 거리를 점거하며 본격적인 정치 행위의 주체로 등장했고 그 중심에는 조직력 자원 서사를 제공하는 개신교 세력이 자리하고 있었다”면서 “한국교회는 이들의 가학적인 혐오와 폭력에 단호히 맞서며 상처 입은 이들의 존재를 회복시키고 포용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1일까지 이어지는 국제 에큐메니컬 회의에서는 북토크 라운드테이블 공동선언문 발표 등이 진행된다. 김종생 NCCK 총무는 “전 세계 에큐메니컬 공동체가 극우주의의 흐름을 직시하고 신학적 성찰과 대안 모색을 해야 한다”며 “이 회의가 치유와 전환을 위한 실천적 연대의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