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시진핑 실각설…후임 왕양 거론” 대만 언론 보도

입력 2025-06-30 11:59 수정 2025-06-30 16:5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7일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중앙아시아-중국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EPA연합뉴스

대만 언론이 전직 미국 고위관료들이 주장한 ‘시진핑 실각설’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중국 군부 고위 인사들의 숙청을 주근거로 하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실각설은 그동안 해외에 체류 중인 중국반체제 인사들을 중심으로 유포됐다.

대만 자유시보 등은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기 집권 때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플린이 지난 27일 소셜미디어 X에 중국 공산당의 권력 교체가 진행 중이라는 글을 올렸다고 전했다. 플린 전 보좌관은 미 육군 중장 출신으로 국방정보국(DIA) 국장을 역임했으며 최근 극우 반중 성향을 보여왔다.

자유시보는 실각설의 근거로 인민해방군 고위간부들의 숙청을 들었다. 시 주석이 측근인 허웨이둥과 먀오화를 각각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위원으로 임명해 장여우샤 중앙군사위 부주석과 그 측근들을 숙청하려 했지만, 장여우샤 측의 반격으로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먀오화는 중앙군사위에서 해임됐고 허웨이둥은 부패 혐의로 조사받는 것으로 알려진 후 공식석상에서 사라졌다. 시 주석은 중앙군사위 주석을 유지하고 있지만, 명목상 주석일 뿐이고 실제 군권은 장여우샤가 완전히 장악했다는 주장이다.

자유시보는 플린 전 보좌관이 올린 사진을 근거로 중국 권력서열 6위인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 천지닝 상하이 당서기, 장여우샤 부주석 3인을 차기 권력투쟁의 핵심으로 봤다. 시 주석이 반대파와 협상해 본인이 물러나는 조건으로 측근인 딩쉐샹은 총서기, 후진타오 전 주석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천지닝은 총리, 군권을 장악한 장여우샤가 중앙군사위 주석을 맡아 집단지도체제를 복원하는 데 합의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전했다.

반면 후진타오 전 주석과 원자바오 전 총리, 장여우샤 등이 딩쉐샹의 총서기 취임에 반대하면서 왕양 전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후춘화 정협 부주석을 지지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짚었다. 왕양 전 주석은 덩샤오핑이 발탁한 온건개혁 성향의 기술관료 출신으로 총리 후보로 거론됐지만 2022년 은퇴했다. 후춘화 부주석은 후진타오 전 주석으로부터 시 주석의 후임으로 낙점받았지만, 한직을 떠돌고 있다.

버뮤다 주재 미국 대사와 베이징대외경제무역대학 교수를 지낸 그레고리 슬레이튼도 28일 뉴욕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시 주석의 사임이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 주석의 전임자로 2022년 제20차 당대회 때 굴욕을 당했던 후진타오 전 주석 등 중국 공산당 원로들이 막후에서 권력을 장악했다고 단언했다.

그는 “시 주석은 건강도 좋지 않아 올 8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은퇴하거나 순전히 의례적인 직책만 맡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실각설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시 주석을 지지하는 인민해방군 고위간부 수십 명이 숙청당하고 다른 장군들로 교체된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슬레이튼은 산시성 푸핑현에 있는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을 기리는 시중쉰기념관이 지난 5월 개관하면서 ‘관중혁명기념관’으로 이름을 바꾼 점,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약 2주간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들이 외국 고위 인사들을 접견할 때 시 주석이 자취를 감춘 점,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이 기간에 시 주석 관련 뉴스를 게재하지 않은 점 등도 이상징후로 들었다.

후계 구도에 대해선 장여우샤와 후진타오 전 주석 등이 왕양 전 정협 주석을 차기 중국공산당 지도자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