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퇴임 기자회견에서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고 “다시 백의종군 국회의원으로 돌아가서 동료 선배 의원들의 개혁 의지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임기 만료일인 30일 국회에서 퇴임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저의 역할이 전당대회 출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국회 본청 비대위 회의실에서 홀로 퇴임사를 읽어 내려갔다. 회견을 마친 후 격려 인사를 건넨 송언석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를 제외하고 회견에 참석한 전·현직 지도부 인사는 없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대선 패배 후 제가 다른 지도부 분들과 동반 사퇴하지 않고 개혁 요구를 해온 것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선거 패배 후 혁신을 내거는 모습으로 넘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이 국민 앞에 지난 불법 계엄사태에 대해 계속 사과를 드리는 것은 앞으로 다시는 그와 같은 길을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6·3 대선 패배 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5대 개혁안을 제시했지만, 당내 공감대를 얻지 못해 이를 관철하지는 못했다.
그는 “지금 보수 야당이 아무리 맞는 말을 해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윤석열 정권의 유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이재명 정권의 위선과 잘못을 국민들께 정확히 알리고 바로 잡는 대안 야당의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당의 존립과 개혁의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전당원 투표를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 지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퇴임사에서 기득권 혁파를 강조하며 ‘보수 재건의 길’을 제안했다. 그는 “이 당에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는 깊은 기득권 구조가 있다면, 그리고 그 기득권이 당의 몰락을 가져왔으면서도 근본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국민주권 실천의 길을 가겠다”며 “공천으로 충성을 강요하는 줄세우기 정치, 권력자에 기생하는 측근정치, 진영 대립을 이용한 자극적 선동정치, 부정선거론 등 각종 음모론, 추종자의 가치판단을 마비시키는 우상화, 소수가 다수를 선동하고 장악하는 중우정치 등 한국정치의 낡은 폐습과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독재 요인을 혁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송 원내대표가 혁신위원회에서 5대 개혁안을 논의할 방침이라고 밝힌 데 대해선 “불법 비상계엄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혁신이 있어야만 국민께 다시 사랑받을 수 있다”며 “혁신위로 (논의)하겠다는 것은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정우진 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