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대구 영시 화재 의연비’ 문화유산자료 지정

입력 2025-06-30 10:56 수정 2025-06-30 11:20
대구시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된 대구 영시 화재 의연비. 대구시 제공

대구근대역사관이 소장하고 있는 ‘대구 영시 화재 의연비(大邱 令市 火災 義捐碑)’가 30일 대구시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의연비는 대한제국 광무4년인 1900년에 세운 것이다. 한해 전 발생한 화재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벌인 모금 활동을 기록했다. 1899년 실화로 추정되는 큰 화재가 영시(약령시)에서 발생해 홍살문과 순검교번소(오늘날의 경찰 지구대) 등 관아 부속건물, 주단속방(비단가게) 19곳 등 상업시설, 민가가 피해를 입었다. 이에 경상감영(慶尙監營)과 대구군(大邱郡)이 앞장서고 한성은행소와 여섯 점포가 참여해 의연금을 모았다.

의연비에는 큰 피해를 입은 가게와 이를 돕기 위해 의연금을 낸 사람들의 이름, 의연금 사용 내역 등이 기록돼 있다. 경상도관찰사 김직현 1000냥, 주사 서상돈(국채보상운동 최초 발의) 200냥, 참봉 서자후 50냥, 초재방(한약업 단체) 200냥 등 내용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어 사료 가치가 높다. 그동안 명료하게 밝혀져 있지 않았던 갑오개혁 이후 대구의 상업 관련 모습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역사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 비석은 2003년 박순동 회장(구 인보당한약방 운영)이 대구 중구 성내동 한 민가 마당에서 마루로 올라가는 디딤돌로 사용되던 것을 발견해 집주인에게 양도받은 뒤 인보당한약방 앞에 세워뒀다. 이 비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김용익 전 계성고등학교 역사교사와 이문기 경북대 명예교수는 2022년 비문을 판독해 이 비가 의연비임을 밝혀냈다. 박순동 회장의 아들 박재석씨가 2023년 대구근대역사관에 기증했다.

이재성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근대 시기 대구의 상업도시 특징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대구시 문화유산자료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