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근대역사관이 소장하고 있는 ‘대구 영시 화재 의연비(大邱 令市 火災 義捐碑)’가 30일 대구시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의연비는 대한제국 광무4년인 1900년에 세운 것이다. 한해 전 발생한 화재로 인한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벌인 모금 활동을 기록했다. 1899년 실화로 추정되는 큰 화재가 영시(약령시)에서 발생해 홍살문과 순검교번소(오늘날의 경찰 지구대) 등 관아 부속건물, 주단속방(비단가게) 19곳 등 상업시설, 민가가 피해를 입었다. 이에 경상감영(慶尙監營)과 대구군(大邱郡)이 앞장서고 한성은행소와 여섯 점포가 참여해 의연금을 모았다.
의연비에는 큰 피해를 입은 가게와 이를 돕기 위해 의연금을 낸 사람들의 이름, 의연금 사용 내역 등이 기록돼 있다. 경상도관찰사 김직현 1000냥, 주사 서상돈(국채보상운동 최초 발의) 200냥, 참봉 서자후 50냥, 초재방(한약업 단체) 200냥 등 내용이 자세하게 기록돼 있어 사료 가치가 높다. 그동안 명료하게 밝혀져 있지 않았던 갑오개혁 이후 대구의 상업 관련 모습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역사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 비석은 2003년 박순동 회장(구 인보당한약방 운영)이 대구 중구 성내동 한 민가 마당에서 마루로 올라가는 디딤돌로 사용되던 것을 발견해 집주인에게 양도받은 뒤 인보당한약방 앞에 세워뒀다. 이 비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김용익 전 계성고등학교 역사교사와 이문기 경북대 명예교수는 2022년 비문을 판독해 이 비가 의연비임을 밝혀냈다. 박순동 회장의 아들 박재석씨가 2023년 대구근대역사관에 기증했다.
이재성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근대 시기 대구의 상업도시 특징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대구시 문화유산자료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