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만의 한 남성이 10년 넘게 같은 텀블러를 사용하다 중금속에 노출된 뒤 폐렴으로 사망한 사례가 외신에 보도돼 관심을 끌었다. 해당 남성은 혈액에서 납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검출돼 납 중독 진단을 받았다.
국내에선 이런 중금속 노출이 고혈압 발생과 연관돼 있으며 특히 납·수은·카드뮴 등에 복합 노출되면 고혈압 위험을 1.8배 가량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서울의료원 의학연구소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통해 중금속과 고혈압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중금속에 복합 노출될 경우 단일 중금속 노출에 비해 고혈압 발생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0일 밝혔다.
단일 중금속 노출에 따른 고혈압의 발생 위험은 사분위 고농도 노출군에서 각각 납 1.45배, 수은 1.29배, 카드뮴 1.61배로 나타났다. 특히 납, 수은, 카드뮴의 복합 노출은 고혈압 위험을 1.78배 증가시켰다.
중금속은 차량 배출가스, 흡연, 오염된 토양에서 생산된 야채 등 환경오염에 따른 다양한 노출 경로를 통해 인체에 쌓인다. 장기간 노출되면 심장질환, 생식기능 장애, 신장질환, 암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
특히 최근 해외에서 수입되는 장난감, 생활용품 등에서 기준치의 수백 배에 달하는 중금속이 검출돼 노출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도희 선임 연구원은 “현재까지 중금속에 대한 연구들은 대부분 단일 중금속에 대한 위험을 평가했지만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AI) 기술에서 사용하는 통계적 기법을 사용해 중금속의 복합 노출에 대한 위험을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 책임자인 김규상 소장(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은 “심장질환을 일으키는 고혈압 발병의 주요한 요인 중 중금속 복합 노출도 주의해야 하며 장기간 노출에 따른 중금속 중독은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국제 직업의학 및 환경건강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Occupational Medicine and Environmental Health)’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