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이란 현지시간으로 오전 4시, 200여대가 넘는 이스라엘 전투기와 드론이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전역의 주요 도시와 핵 군사시설을 기습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이란군 수뇌부와 유력 정치인 그리고 핵물리학자 다수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후 약 열흘 넘게 이어진 폭격으로 이란 나탄즈에 위치한 우라늄 농축시설과 미사일기지, 그리고 가스전 등이 파괴됐다. 이란은 이에 대응해 지난 14일 새벽부터 이스라엘 전역에 탄도미사일 150-200기를 발사했다. 이 공격으로 이스라엘도 수도 텔아비브와 예루살렘 등지에 30여명에 이르는 사망자와 수천에 이르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이 기습적으로 실시한 이번 공격은 이란의 핵무장 능력을 사전에 봉쇄하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일종의 예방전쟁(preventive war)을 개시한 셈이다. 최근 이란 정부는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동결에 관한 협상을 시도했다. 이스라엘 측은 이 협상이 단지 핵무기 개발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시간벌이용에 불과하다고 판단했고 이란이 현재 중동에서 가장 뛰어난 탄도미사일 기술과 생산능력을 확보한 사실에 위협을 느껴 기습적인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더해 정치외교 전문가 대다수는 이스라엘 국내에서 신임을 크게 잃어버린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탈출구 마련을 위해 이란 공격을 결심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2023년부터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중동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규모 교전 및 군사분쟁은 2021년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수한 후 중동 지역의 전쟁억지력을 더이상 유지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이스라엘과의 우호관계를 가장 우선시하는 미국의 대중동 외교정책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로써 이스라엘이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국지전이 발발할 수 있는 형국이 펼쳐졌고 그 결과 2023년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 주변에서 소규모 단기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행히도 이번 이란-이스라엘 분쟁은 미국의 중재 덕분에 11일 만에 휴전 국면에 돌입했지만 앞으로 언제 또 이스라엘이 주변 세력에 공격을 개시할지, 아니면 언제 이스라엘 주변 세력들이 이스라엘을 자극하는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근 2~3년 동안 이스라엘이 주도한 군사분쟁의 주된 원인은 당연하게도 종교적 갈등이다. 하지만 유대교와 이슬람의 갈등 하나만으로 최근 이스라엘과 그 인접국 사이에 벌어진 유혈사태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단적인 예로 이스라엘은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는 직접 교전을 벌인 일이 없다.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은 1930년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 이래 줄곧 친미성향을 유지해 왔다. 게다가 1985년 이래 40년 넘도록 이스라엘과 분쟁 중인 이란도 과거 팔레비 왕가가 정권을 잡고 있던 1979년까지는 이스라엘과 우호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있었다. 결국 이스라엘과 관련된 중동의 모든 분쟁은 종교적 갈등이 주된 원인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하나만 가지고 직접 군사적 충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종교적 갈등이 전제된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선진국들과 외교적 역학관계, 영토 및 자원 분쟁, 지역 패권경쟁 같은 요인들이 함께 작용할 때 비로소 군사분쟁이 발발하곤 했다. 그러니 중동의 분쟁 역시 기본적으로는 클라우제비츠가 지적한 대로 정치의 연장선상에 놓인 선택지에 속하는 셈이다.
이렇게 소규모 국지분쟁이 연달아 이어지고 있는 중동의 현재 상황은 우리 한국의 안보와 관련해서 귀중한 교훈을 선사한다.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에서 손을 놓기 시작하면 전쟁억지의 책임과 부담은 반드시 각 지역 패권국 옆 나라들이 나눠 짊어져야 한다는 교훈이다. 그리고 이 책임을 짊어지지 않으면 전화(戰火)에 휩쓸릴 가능성이 급격하게 높아진다는 것도 이스라엘을 둘러싼 중동 전황의 교훈이다. 이는 현재 우리가 실제 체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1기 정부는 줄곧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해 왔고 트럼프 2기 정부는 주한미군 규모를 대폭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군사적 도발 가능성이 낮은 북한군을 억제하는 데 힘을 들이기보다 당장 대만과 남중국해, 태평양 도서 일대를 두고 군사적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군 감시와 억제를 위해 병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반영된 계획이다.
대한민국 국군은 다행히 아직 그 흐름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신형 무기체계 확보와 기술력 개선노력에 있어서는 우리 군과 방산업체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큰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런 양호한 상태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병력 상황의 악화다. 청년층 인구감소로 의무병력 자원은 급감하고 있고 간부들은 열악한 처우와 낮은 임금 때문에 의무복무 기간만 채우고 곧장 전역하는 인원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열악한 처우 가운데서도 힘들게 군복무를 지속하면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하는데 국가의 역량 대부분을 군부 유지에 투입하는 군국주의 국가(대표적으로 북한)가 아닌 이상 군인에 대한 처우는 민간영역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일반적이다. 병력자원 모집과 충원의 어려움은 자유민주주의 선진국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다. 그나마 선진국 가운데 군인에 대한 처우가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조차 모병 목표인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 미 육군은 연간 전체 모병 목표인원 6만여명 가운데 4만 5천여 명밖에 모집하지 못했다. 같은 시기 미 해군 역시 적성검사에서 미달된 인원까지 대거 신병으로 받아들여 겨우 모병 목표치를 채웠다. 이렇게 병력 모집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군인의 삶은 고달프다. 평시에도 일신상의 자유와 권리가 크게 제한되고 유사시에는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러니 민간영역에서 보다 좋은 직장을 얻어 안락한 삶을 영위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흔한 선진국에서는 삶의 여건이 어지간히 열악하지 않은 이상 자원해서 군인이 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현재 한국, 일본, 대만을 비롯한 동아시아 선진국 안보의 중대한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의 국제적 안보 현실은 공산주의 독재국가 북한과 중국 때문에 상시적 불안에 노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동처럼 직접적인 군사분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핵보유와 막강한 군사적 체급 덕분이다. 현재 동아시아 해양 군사패권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되도록 직접적인 교전을 피하는 이유는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전략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슈퍼파워가 전면전에 돌입하면 양국 모두에게, 더 나아가 모든 동아시아 국가에 궤멸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 확실하기에 서로 직접적인 교전을 피하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이 영구적으로 유지될지는 알 수 없다. 만일 미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확고한 전쟁억지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다가오면 중국은 전면전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큰 규모의 국지전을 통해 대만침공을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로서 유리한 쪽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다. 군사력, 경제력, 기술력, 그리고 지정학적 여건상 모든 면에서 미국이 중국보다 우세한 상황이며 이러한 형국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확고해질 것이다. 현재 중국은 정치경제적 모순과 부조리 때문에 내부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출생아 수가 급감해서 더이상 현재의 인구규모 유지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문제는 이렇게 모든 면에서 불리한 처지에 있는 중국이 최악의 선택을 내릴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러시아 대통령 푸틴과 마찬가지로 국운이 더 쇠하기 전 자국 내부에 팽배한 불만을 외부로 투사하기 위해 전쟁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위협은 현재 중국 인민해방군이 추진하고 있는 군사력 증강 계획을 고려할 때 향후 최소 20~30년 이상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한국, 일본, 대만, 이 세 나라 국민들은 앞으로도 최소 한 세대 이상 상존하는 전쟁발발 위협에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위협이 단순히 위협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전쟁 발발로 이어지는 경우 동아시아 지역에 속한 모든 나라들은 대량의 인명피해와 궤멸적인 경제불황을 맞이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렇게 상존하는 전쟁위협 속에서 우리 한국교회 신앙인들의 삶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흔한 오해 가운데 하나로 한국사회가 전쟁위협을 절감하게 되면 교회가 믿음의 기반을 굳건하게 다질 좋은 기회를 맞이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듯하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죽음의 위협이 우리 눈앞에 다가온 상황에서는 내세나 초월을 향한 열망과 극한의 허무주의가 양극단에서 크게 강화되고, 이에 힘입어 기독교회의 교세 역시 강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신앙의 질적 성장이라는 관점으로 보면 전쟁위협은 신앙의 성장에 별로 큰 도움을 주지 못할뿐더러 오히려 신앙의 내용을 왜곡하는 데 일조하기까지 한다.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양학 교수이자 북한·통일학 전문가 유영식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한국전쟁 후 한국교회 전반에 널리 퍼진 반공주의기독교는 한국교회가 복음과 정치이데올로기를 엄밀하게 구별하지 못하고 정교분리의 신앙원리를 자발적으로 무너뜨리게 된 주된 원인이었다. 또한 한국교회가 ‘친(親)미국’을 신앙의 핵심가치 가운데 하나로 삼으면서 미국의 근본주의 세계관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근본주의 세계관은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는 취지 측면으로는 흠잡을 것이 없으나 성서무오설이나 창조과학에 천착하게 만들어 성경해석의 과학성이라는 측면에서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
여기에 더해 상존하는 전쟁위협은 교회로 하여금 특정 국가나 민족을 절대악으로 상정하는 지극히 배타적이고 차별적인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 북한과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기독교인 박해를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명백하게 반기독교적인 집단이다. 그렇다고 북한과 중국의 정치지도자 및 사회 기득권층을 제외한 무수한 국민들까지 일괄적으로 반기독교적 성향을 가졌을 것이라고 단정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오해다. 반세기가 넘도록 교회 안에 깊숙히 파고들어온 강성 친미 반공산주의 이데올로기는 향후 북한과 중국에서 복음화를 위한 길이 열렸을 때를 미리 대비하려는 교회 차원의 노력을 근본으로부터 좌절시킨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강성 친미 이데올로기에 매달리던 과거의 행태에서 속히 벗어나야 한다. 그러면서도 우리 한국군이 전쟁위협에 최대한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사회적 책임을 나눠 짊어져야 한다. 80~90년대 한국교회는 군선교 활동을 독려하며 장병들의 복지나 신앙생활 여건 마련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이렇게 교계 차원에서 정부의 국방력 강화 노력을 지지하고 군내 장병들의 신앙생활을 돌보는 노력을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복음은 폭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죄로 점철된 인류의 실존적 정황상 평화유지를 위한 군사력의 필요성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물론 일부 기독교 분파들은 상당히 급진적인 평화주의 원칙을 고수해서 군복무 혹은 총기 사용을 거부하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로 데스몬드 도스(Desmond Doss, 1919~2006)의 일화가 있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 신자로서 태평양 전쟁에서 비무장 의무병으로 참전한 그는 일본군의 포격과 기관총 공격이 가해지는 전장에서 50명 넘는 부상병을 구출한 공로로 명예훈장 수훈자가 되었다(이 일화는 ‘핵소 고지’라는 영화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와 마찬가지로 메노나이트 교회, 아미쉬 공동체 또한 군복무와 살상용 무기의 사용을 거부한다. 하지만 이는 전체 기독교 교파들 가운데 소수에 해당하며 거의 대부분의 교파는 평화유지와 침략자 격퇴를 위한 군대 양성과 살상용 무기 사용을 인정한다. 대표적인 예로 군대와 관련된 유명한 격언, “평화를 바란다면 전쟁을 준비하라”(Si vis pacem, para bellum)라는 말을 남긴 4세기 로마 군사학 저술가 베게티우스(Flavius Vegetius Renatus)는 그의 저서 ‘군사학 논고’(De re militari) 서두에서 자신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과 주변국 사이의 끊임없는 교전과 군사분쟁은 군사력 증강과 외교적 노력에 최선의 힘을 다한 나라만이 평화를 누릴 자격을 얻는다는 교훈을 재차 되새기게 해준다. 그리고 이 교훈은 교회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한국교회는 사회 전반에 널리 퍼진 군에 대한 멸시의 시선과 오해들을 바로잡고 기독교인 청년들이 안전하게 군복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그리고 군복무 기간 동안 신앙생활을 지속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또한 맹목적 친미주의가 아닌 올바른 복음의 가르침에 입각해서 정교분리의 신앙원리를 지키되 국가의 국방력 강화 및 군 선진화 노력에 대해서는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는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항시적인 군사적 위협을 받고 있는 우리 한국인의 삶의 정황 속에서 교회가 마땅히 보여야 할 신앙실천의 일환이라고 확신한다.
◆박욱주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수학했고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좁은문은혜교회 목사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와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리=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