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 핵 시설 폭격이 예상보다 파괴력이 작다는 이란 고위 인사들의 통화 내용을 미 정보 당국이 도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도 이란이 수개월 내로 농축 우라늄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이란 핵 시설이 완파됐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WP는 이날 미 정부 인사 4명을 인용, “미국은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군사 공격과 관련해 이란 고위 당국자들 사이의 도청된 대화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며 “그 대화에서 이란 고위 관리들은 미국의 공격이 자신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괴력이 약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주고받았다”고 보도했다. 비공개로 이뤄진 사적 대화에서는 이란 정부 관계자들이 미군의 공습이 왜 자신들이 예상한 것보다 덜 파괴적이고 광범위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추측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해당 통신 도청 자체에 대해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핵 시설은 완파됐다는 처지를 고수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워싱턴 포스트가 맥락을 벗어난 유출 내용을 보도함으로써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돕고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끝났다”고 주장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전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란 핵시설의) 일부는 여전히 건재하다”며 “이란은 우라늄의 처리와 변환, 농축과 관련해 과거에도 능력을 갖고 있었고, 지금도 어느 정도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시 총장은 이란이 기존에 생산했던 약 400㎏의 고농축 우라늄을 폭격 전 이동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이 물질이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고 답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이 미군의 벙커버스터 폭격 전에 농축 우라늄을 옮겼을 수 있다는 분석에 대해 “나는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들(이란)은 그때까지 우리가 오는 것을 몰랐다”고 말했다. 또 “CNN과 뉴욕타임스는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다고 가짜 뉴스를 퍼트렸지만, 실제로는 완전히 파괴됐다”고 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