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인생은 불행했다. 형사 사건으로 아버지를 여윈 뒤 아버지가 남긴 적지 않은 빚을 갚아야 했다. 이제 가족들 부양은 그의 몫이었다. 가족들 부양을 위해 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연이어 실패했고, 그 과정에서 부인과 이혼했다. 계속된 불행에도 그는 불치의 심장병에 걸려서 힘들어하는 아들을 생각하면서 어떻게든 버텨내야 한다는 다짐을 하고 또 했다.
억지로 힘을 냈다. 빚을 내서 노래방을 운영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가까운 거리에서 다른 노래방을 운영하던 사람이 시비를 걸면서 꼬이게 되었다. 옆집 노래방 주인은 사사건건 시비를 걸거나 구청에 신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만난 두 사람이 말다툼을 벌이다가 그가 그 사람을 밀어서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혔다. 이 사건으로 그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코로나19까지 터졌다. 더 이상 노래방을 운영할 수 없었다.
그때부터 그는 술에 의지하기 시작했다. 밤새워 술을 마시고 또 마셨다. 술에 의지하는 세월이 길어지면서 알콜중독 진단을 받기도 했다. 당연히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 일을 반복했다. 집 근처에 주차하고 그 자리에서 잠드는 날도 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한동안은 단속되지 않았다. 그러나 어찌 요행이 오래 지속될 수 있겠는가. 한 시민이 비틀거리는 그의 승용차를 신고했고, 경찰이 차 안에서 자고 있던 그를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했다.
상해 사건의 집행유예 기간 중 음주운전을 저질렀음에도 다행히 그는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되었다. 한동안 그는 술을 자제하는 듯 보였다. 병원에서 알콜중독 치료도 열심히 받았다. 코로나19가 끝나면서 노래방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 제대로 아버지 노릇을 해보겠다고 결심하고 아들의 심장병 치료를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기도 했다.
재기의 의지를 붙태우던 어느날,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 노래방을 찾아왔다. 첫 번째 음주운전 재판을 받고 있어서 처음에는 음주를 자제했다. 그러나 친구들의 권유로 맥주 한 잔 받아먹기 시작하더니 이내 만취 상태가 되어버렸다. 친구들을 보내고 노래방에서 잠깐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깬 그는 노래방을 정리하고 무의식적으로 운전대를 잡고 말았다. 얼마 후 추돌사고를 일으킨 그는 다시 경찰에 체포되었다. 첫 번째 음주운전으로 재판을 받던 중에 두 번째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된 것이다. 경찰에게 간절히 사정하여 구속영장 청구는 면했으나 법원에서 병합된 두 건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한 실형은 면할 수는 없었다.
법정구속 되어 수의를 입고 구치소에 앉아 있는 그의 자책하는 얼굴에 간절함이 가득하다. 이대로 1심 판결이 확정되면 집행유예가 취소되어 실형을 더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항소한 그는 집행유예 판결의 취소를 막기 위해 어떻게든 집행유예 기간 뒤에 판결이 확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집행유예 만료 기간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그의 뒤늦은 후회가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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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윤상(법무법인 드림)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