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와인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중국 와인은 26일 발표된 제32회 브뤼셀 세계 와인 품평회(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MB) ‘레드·화이트와인’ 부문 심사결과에서 역대 가장 많은 234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중국은 10년 전인 2015년 14개의 메달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1994년 시작된 CMB는 ‘와인 올림픽’으로 불릴 정도로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와인경연대회다. ‘로제와인’ ‘레드·화이트와인’ ‘스파클링와인’ ‘스위트·포트와인’ 4개 세션의 대회가 각각 열리는데 이 중 ‘레드·화이트와인’ 세션의 관심도가 가장 높다.
올해 대회는 지난 10~12일 중국 닝샤후이주자치구의 인촨시에서 열렸다. 49개 국가 및 지역에서 7165종의 와인을 출품해 약 400명의 국제 전문가들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했다.
중국은 역대 최다인 672종의 와인을 출품해 그랜드 골드 8개, 골드 102개, 실버 124개 등 총 234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중국은 2014년과 2015년 각각 5개와 14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중국이 수상한 와인의 절반 이상이 닝샤의 대표적인 와인산지인 허란산 기슭에서 나왔다. 보두앵 아보 CMB 회장은 “닝샤 와인은 독특한 테루아르(포도재배환경) 덕분에 와인 품질이 뛰어나 국제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베트 반더 메르베 국제와인기구(OIV) 회장도 10일 CMB 대회 개막식에서 “중국, 특히 닝샤 허란산 동부 지역 와인산업의 성장이 글로벌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국제 사회와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닝샤는 포도 재배에 적합한 기후와 지형을 바탕으로 와인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곳 허란산 동쪽 기슭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기후가 서늘하면서도 건조해 ‘황금지대’(golden zone)로 불린다. 원래 황폐한 건조지대로 광산과 채석장 등이 많았지만, 생태복원 사업을 거쳐 와인용 포도 재배지로 탈바꿈했다.
이곳 하오위안촌에 있는 즈후이위안스 와이너리도 1990년대 말까지는 자갈을 캐던 채석장이었다. 정부의 와인산업 육성 정책에 따라 2013년 창업해 고급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최초로 스마트 포도원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물 사용량을 40%까지 줄이고 뛰어난 품질의 포도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말 기준 닝샤에는 4만 헥타르의 와인용 포도밭이 조성돼 있고 155개의 와이너리가 운영 중이다. 주변 농민들을 중심으로 13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연간 와인 생산량은 약 1억4000만병이다. 중국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 40여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인촨시는 국가와인등급 인증을 획득한 37개 와이너리와 지리적표시인증을 보유한 53개 와인기업을 기반으로 와인산업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닝샤의 와인 산업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360억 위안(약 6조8300억원)으로 추산된다. 신규 와이너리도 속속 탄생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인 2017년 설립된 시거 와이너리는 중국 와인산업의 대형화와 스마트화를 상징한다. 1만4000헥타르의 포도원과 건축규모 2만5000㎡의 초대형 와이너리를 갖추고 있는데 생산능력은 연간 1000만병에 달한다. 설립자인 장옌즈는 프랑스 보르도와인아카데미를 졸업한 전문 양조사로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에 세계 각국의 첨단 장비와 자체 개발한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2019년 10월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BRC 국제 품질 인증’을 통과했다.
닝샤는 와인 생산에 그치지 않고 와이너리 체험과 미식, 관광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 중이다.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허란홍 와이너리다. 건축규모가 축구장 6개 규모에 달해 와이너리가 하나의 마을 규모로 조성됐다. 중앙에 전망대와 도서관 등을 겸한 6층 규모의 중국식 탑과 광장을 두고 오크통 모양의 양조공간을 배치했다. 관광객들은 안내를 받으며 양조공간을 둘러보고 탑에 올라 와이너리 전체를 조망한 뒤 내려와 시음음을 할 수 있다.
즈후위안스 와이너리도 2014년부터 누적 1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했다. 시거 와이너리도 자체 호텔과 레스토랑, 북카페, 전시관 등을 갖추고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