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와 피의자 신분인 윤석열 전 대통령 모두 ‘검찰 특수통 출신’이다. 잔뼈 굵은 베테랑들이 정면으로 맞붙은 만큼 치열한 수 싸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 전 대통령이 조 특검팀의 조사를 받기 위해 28일 서울고검에 출석했다. 내란 특검이 지난 18일 수사를 개시한 지 열흘 만이다. 윤 전 대통령은 오전 9시50분쯤 사저를 출발해 9시55분 서울고검 현관 앞에 도착했다.
조 특검은 사법연수원 19기로 실력 있는 특수통 검사로 분류된다. 윤 전 대통령 역시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 좌장인 김홍일(사법고시 15기) 변호사와 윤갑근(19기) 변호사 등도 굵직한 부패 수사를 이끌었던 특수통이다.
조 특검과 윤 전 대통령 측이 첫 출석 전부터 신경전을 벌이면서 ‘강 대 강’ 대치는 이미 시작된 모습이다. 양측은 지금까지 체포영장 청구, 공개 입장문 반발, 특검보 브리핑 등에서 강하게 충돌했다.
수 싸움의 주도권은 조 특검 측에 있을 수밖에 없다. 윤 전 대통령은 조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고 조 특검은 수사를 총지휘하는 입장이라서다. 실제로 출석 전 윤 전 대통령 측이 지하로 비공개 출석하겠다는 뜻을 특검 측에 전했으나 특검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이 제시한 대로 로비로 공개 출석했다. 당장 대치는 피했으나 추가적인 충돌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특수통 시절 ‘기세’에서 밀리지 않기로 유명했다.
강하게 밀어붙이며 저돌적으로 수사를 하는 윤 전 대통령과는 달리 조 특검은 정교한 스타일로 알려졌다. 빠르고 영민하게 옭아매듯 수사를 진행해 왔다는 의미다. 김대중정부 시절 신동아그룹 수사 주임검사를 맡으며 이름을 알렸다. 횡령·외화밀반출 혐의로 최순영 회장을 기소했고 신동아그룹은 이를 계기로 몰락했다.
이밖에도 김대중정부 옷 로비 사건, 나라종금 로비 의혹,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 등 권력형 비리가 얽힌 대형 사건을 주로 수사했다. 이때 거물급 정치인을 구속하는 데도 거침없었다. 특히 나라종금 로비 의혹 수사 당시에는 대통령 아들인 김홍일 전 의원과 한광옥 전 대통령비서실장, 유력 정치인이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을 구속했다.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시절에는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 입법 로비 수사를 지휘해 여러 국회의원을 재판에 넘겼다.
조 특검이 직접 윤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는 않지만 모든 수사를 지휘하는 만큼 조사 방식과 범위, 신문 내용 등을 면밀하게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측에도 널리 알려진 베테랑 특수통 검사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윤 전 대통령 본인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특검에서 수사팀장을 맡은 바 있다. 김 변호사도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 재직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 도곡동 땅 차명 보유와 BBK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2009년 대검 중수부장 시절에는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이끌었다. 윤 전 대통령 측 핵심인 윤 변호사는 조 특검과 사시·연수원 동기다. 역시 대표적 특수통 검사로 꼽혔다. 윤 전 대통령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혐의를 다툴 전망이다.
둘 사이 악연도 재조명 되고 있다. 6년 전 이 둘은 검찰총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사이였다. 당시엔 윤 전 대통령이 자리를 차지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