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사람이야”…‘오징어 게임 3’ 남긴 희망 한자락 [리뷰]

입력 2025-06-27 19:08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우리는 (게임의) 말이 아니야. 사람이야. 사람은….”

끝내 인간다움을 지키려 한 기훈(정재)의 일성이 공허한 메아리로 남는다. 마침내 베일을 벗은 넷플릭스 최고 흥행작 ‘오징어 게임’의 최종 이야기는 씁쓸한 여운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작품이 던진 자본주의 모순과 인간성 상실에 관한 질문은 우리 현실의 문제로 남고 만다.

27일 오후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3는 6부작으로 시즌1(9부작), 시즌2(7부작)에 비해 짧다. 이미 예고된 것처럼 시즌2와 연결돼 하나의 서사를 완성한다. 더 큰 희생을 막고자 일으킨 반란이 실패하고 죽마고우 정배(이서환)마저 잃자 자책과 분노에 휩싸인 기훈(이정재)의 자포자기한 모습에서 드라마는 시작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반란에서 죽임 당해 천장에 매달린 시체들을 뒤로 하고, 살아남은 참가자들은 또다시 게임에 나선다. 네 번째 게임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숨바꼭질이다. 미로 안에서 여러 개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다른 미로가 펼쳐지는 복잡한 구조라는 점이 다르다. 한 팀이 숨으면 상대 팀은 술래가 되어 그들을 찾아 죽인다. 동화 속 마을 풍경처럼 꾸며진 게임장은 배신이 난무하는 가운데 점차 피로 얼룩진다.

임신한 참가자 준희(조유리)가 게임 중 출산하게 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죽고 죽이는 전장의 한가운데서 탄생한 연약한 생명은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깨운다. 지키려는 자와 해하려는 자, 양심과 이기심, 선함과 악함이 충돌하며 상황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아기와 엄마는 살아야 하지 않느냐”는 처절한 절규마저 묵살해버리는 인간의 욕심이 비정함의 끝을 보여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게임은 이어진다. 다섯 번째 게임은 긴줄넘기, 거대한 영희·철수 로봇이 줄을 돌린다. 참가자들은 빠르게 돌아가는 줄을 넘으며 구름다리를 건너야 한다. ‘꼬마야 꼬마야/ 뒤를 돌아라/…’ 현장의 동요가 잔혹하게 들린다. 아기를 지키겠노라 약속한 기훈은 자신의 ‘456번’ 체육복으로 아기를 둘러 안고 게임에 나선다. 다시 의지에 찬 그의 눈빛은 ‘아직도 사람을 믿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을 돌려주는 듯하다.

마지막 게임인 고공 오징어 게임은 3개의 높은 기둥에서 생존자 9명 중 각 1명 이상을 밀어내고 남은 자가 최종 승리하는 방식이다. “토론해서 민주적으로 결정한 거예요. 미안하지만 그냥 죽어주세요.” 공평과 공정을 운운하며 기훈을 몰아붙이는 다수의 횡포는, 앞서 게임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OX게임에서 드러났던 다수결 민주주의의 허점을 다시 꼬집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 3’은 자본주의 무한경쟁 사회 안에서의 인간성 상실 등을 말했던 이전 시즌의 주제의식을 한층 선명하게 강조한다. 획기적으로 진화하지 못한 전개 구조와 지나치게 평면화된 인물 설정이 이를 동어반복으로 들리게 하는 점은 아쉽다. 가장 큰 재미요소인 게임도 이미 다뤄졌던 방식에서 크게 차별화하지 못하면서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 준호(위하준)의 섬 추적 과정과 경석(이진욱)·노을(박규영)의 탈출기가 교차되면서 중심서사에 대한 몰입을 떨어뜨린다. 시즌 내내 비중 있게 다뤄진 준호와 그의 형인 프론트맨(이병헌)의 서사가 맥없이 마무리되는 등의 결말도 다소 힘이 빠진다는 인상을 준다. 다만 순수함을 상징하는 아기를 통해 인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한 황동혁 감독의 의도만큼은 온전히 전달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한 한국 시리즈이다.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시즌1은 넷플릭스 역대 가장 인기 있는 시리즈 1위에, 시즌2는 3위에 각각 등극했다. 시즌1·2 통합 누적 시청시간은 무려 35억8530만 시간에 달한다.

시즌3가 그 영광을 이으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황 감독은 더 이상의 후속작을 만들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가 새로운 ‘딱지맨’으로 등장하는 후반부 장면은 스핀오프(파생작) 제작 가능성을 띄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