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시설 심각한 피해” 또 언급… 미국과 협상용?

입력 2025-06-27 17:29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26일(현지시간)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국영방송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미군 공습에 따른 자국 핵시설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아락치 장관은 26일(현지시간) 밤 방송된 이란 국영 IRIB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핵시설 피해가 작지 않았다.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란원자력청에서 상황을 면밀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 핵시설에서 핵심적인 포르도 우라늄 농축시설의 상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아락치 장관은 또 미국과 앞서 5차례 진행한 핵 협상과 관련해 “성공 가능성을 판단하기에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란 외무부의 에스마일 바가이 대변인도 25일 카타르 알자지라방송 인터뷰에서 “핵시설이 심하게 손상됐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 인사가 지난 22일 미군 B-2 스텔스 폭격기로 공습을 당한 뒤 핵시설 손상을 언급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다만 바가이 대변인은 “기술적 사안이므로 덧붙일 말은 없다”며 피해 규모를 함구했다.

이란 정부 인사들이 연달아 공개적으로 핵시설 피해를 언급한 배경을 놓고 미국과의 새로운 핵 협상 가능성을 연두에 뒀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협상하기 위해서는 핵무기로 전환할 시설이 없다는 전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락치 장관은 “(미국과) 협상 재개에 대한 합의는 전혀 없다”며 “현재로서는 협상 계획이나 의제도 없고, 대표단도 임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