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에 아무리 자주 나가도 장시간 비행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작년에만 중국·사우디아라비아·독일 등으로 날았던 T1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다행히도, 긴 비행을 견디는 노하우는 항공사 마일리지와 비례해 쌓여서 이제 이들에겐 심심하고 찌뿌둥한 공중에서의 12시간을 견디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다.
우선 넷플릭스다. ‘도란’ 최현준은 격투기 선수 코너 맥그리거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다운받아 왔다. 27일 2025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참가를 위한 캐나다 출국을 앞두고 국민일보와 만난 그는 “맥그리거 다큐멘터리는 예전부터 보려고 했던 영상”이라면서 “맥그리거는 격투기에서 정점을 찍은 사람으로 안다. 그런 선수의 마인드셋을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은 잠을 좀 자려고 한다. 다운은 받아놨지만 영화를 실제로 볼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오너’ 문현준도 최현준과 결이 비슷하다. 그는 “비행기를 탈 때면 70~80%의 시간은 잠을 자는 걸 목표로 한다. 이후 남는 시간에는 넷플릭스나 비행기 기내 상영 영화를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넷플릭스 대한민국 톱10 리스트에 있는 영화를 2~3개 정도 다운받아놨다”고 말했다.
‘페이커’ 이상혁은 부족한 수면 시간을 보충한 뒤에 책을 읽을 예정이다. e북 리더기를 챙겨온 그가 현재 읽고 있는 건 건강 관련 서적 ‘굿 에너지’다. 이상혁은 “이번에는 잠을 많이 잘 것 같다. 종이책도 챙겨오기는 했지만, 우선 이번 비행에서는 잠을 많이 자려고 한다”고 말했다.
‘구마유시’ 이민형은 넷플릭스와 책을 모두 준비했다. 그는 “드라마 ‘미지의 서울’과 팬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다운받아놨다. 그 외에 그냥 눈에 보인 영상들도 몇 개 더 받아왔다”고 말했다.
책으로는 ‘소크라테스의 변명’ ‘손자병법’을 챙겼다. 이민형은 “손자병법은 아버지께서 추천해주신 책이다. 읽기를 계속 미루고 미루다가 이번에 선물을 받기도 해서 챙겨왔다. LoL이 전략 게임이니까 도움이 될 거란 생각도 조금 들었다”고 말했다.
우승권 팀이라면 여러 가지 조합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민형은 비행기에 타자마자 바로 잠부터 청할 생각이라고 했다. 비행 후반에 느즈막히 일어나서 각종 콘텐츠를 즐기는 ‘밸류 조합’을 선택했다. 반면 ‘케리아’ 류민석은 비행 초반에 여러 오브젝트를 사냥한 뒤 후반에 눕는(?) ‘주도권 조합’ 스타일로 갈 계획이다.
류민석은 “현지 시간에 신체 리듬을 맞추려면 비행 초반에는 깨어 있고 후반에 자는 게 유리하다고 들었다. 처음에 시간을 보내려고 드라마들을 다운받아놨다. 드라마를 자주 보는 편이 아니어서 추천을 받았다. ‘노무사 노무진’이라는 작품이 재밌다고 해서 받아 왔다”고 말했다.
김정균 감독은 오디오북을 수면 파트너로 정했다. 김 감독은 “이제 나이가 들어서…”라며 민망하다는 듯 웃었다. 이어 “기내식을 먹은 뒤에는 오디오북을 틀어놓고 잠들 것 같다. 인문학이나 자서전, 역사 관련 서적을 읽으면 거기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해 그런 장르의 책들을 다운받아놨다”고 덧붙였다.
인천=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