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스토파드. 연극이나 영화 애호가라면 체코 태생의 영국 극작가 겸 시나리오 작가인 스토파드의 작품을 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연극 ‘로젠크란츠와 길덴스턴은 죽었다’ ‘더 리얼 씽’ ‘유토피아의 해안’ ‘레오폴트슈타트’ 등으로 미국 토니상과 영국 올리비에상을 다수 받았으며,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 시나리오로 아카데미상까지 받은 거장이다.
그는 20세기 중반 고전 연극에 바탕을 두고 새로운 형식적 실험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동안 침체되었던 영국 연극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다양한 주제를 다뤄온 그의 작품은 철학적이면서도 지적인 유희를 뽐낸다. 그런데, 그의 명성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그의 작품이 그다지 자주 공연되지는 않았다. 독특한 언어유희, 복잡한 메타포, 철학적 깊이로 번역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극 중 문화적 배경이나 지식이 없으면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스토파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르카디아’가 7월 27일~8월 3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국내 초연된다. 이 작품은 영국 시골의 대저택을 배경으로 1809년과 현대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미스터리 드라마다. 어린 천재 소녀 토마시나와 가정교사 셉티머스가 수학, 과학, 문학을 탐구하는 19세기의 모습과 같은 저택에서 과거의 흔적을 추적하는 현대 연구자들의 모습이 병치되며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작품은 과학, 철학, 문학, 역사, 예술, 사랑, 진실 등 매우 광범위한 주제를 절묘하게 융합하고 있다. 단순한 지식의 나열을 넘어 인간 존재와 우주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진다.
2022년 젊은 연출가상을 받은 김연민 연출이 번역과 연출을 동시에 맡아 자신만의 시선으로 작품을 재해석한다. 해외에선 이 작품을 화려한 무대 세트에서 선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김연민 연출가는 미니멀하면서도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관객에게 다가설 예정이다.
특히 이번 작품이 눈길을 끄는 것은 배우 강애심, 김소진, 정승길, 정원조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는 점이다. 앞서 김연민 연출가와 작업했던 이들은 이번에 스토파드의 작품을 무대화하는 것에 출연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