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대장동 본류’ 재판으로 불리는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재판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징역 12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기소 약 3년8개월 만에 결심공판이 열리면서 1심 절차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2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뇌물) 혐의를 받는 유씨와 김씨, 남욱·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민간업자들의 1심 결심공판을 열었다.
검찰은 먼저 “대장동 개발 사업은 장기간 진행되는 과정에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자료가 생성됐고 관여한 인물도 많다”며 “실체와 거짓이 혼재돼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입장이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약 3년8개월 동안 진행된 재판을 통해 진실은 물 위의 기름처럼 분리됐고 거짓은 힘을 잃었다”며 운을 뗐다.
이어 검찰은 김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구형하고 6112억원을 추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김씨는 민간업자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사업권을 취득하도록 가장 윗선을 상대로 직접 로비를 담당한 핵심 인물이자 가장 많은 이익을 취득한 최대 수혜자”라며 “공소사실이 진실이라고 판단한다면 김씨에게는 한치의 관용도 베풀지 말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유씨에게는 징역 7년에 벌금 17억4000만원을 구형하고 8억5200만원 추징 명령을 요청했다. 검찰은 “유씨는 민간업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고리 역할을 한 핵심 인물”이라며 “공직자 신분으로 범행을 주도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남 변호사와 정 변호사에겐 각각 징역 7년과 징역 5년, 정 회계사에겐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유씨 측은 배임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주범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유씨 측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은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를 받았고 이 사건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며 “김씨와 이 대통령 결탁에서 유씨는 중간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유씨도 최후진술에서 “금전적 이익이 아니라 이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것”이라며 “빚을 지더라도 제가 져가면서 이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미성년 딸이 있고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김씨 측은 배임 혐의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맞섰다. 김씨 측 변호인은 “지자체 사업을 이 사건 잣대로 수사하고 기소하면 어떤 사업이라도 범죄 혐의를 벗기 어렵다”며 “과거 정권은 검찰을 통해 국가 지자체 정책의 적정성을 수사와 재판의 영역으로 끌어왔고 이는 매우 위험하다. 부디 이 점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김씨는 최후진술에서 “세간에선 온갖 비리로 얼룩졌다고 하지만 대장동은 성공한 사업”이라며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민간업자의 이익 크게 늘어도 성남시와 공사가 가져간 것이 절대 적지 않은데 이를 배임으로 논하는 건 어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4년 8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대장동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 비밀을 이용해 7886억원의 부당이익을 거둔 혐의로 2021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이 재판부는 5차례에 걸쳐 당시 성남시장으로 최종 의사결정권자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소환했지만 모두 불출석했다. 이 대통령은 이 사건과 관련해 별도의 재판을 받고 있었으나 대통령 당선 이후 기일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재판부는 오는 30일 한 차례 더 결심공판을 열고 나머지 민간업자들의 최후변론을 듣기로 했다. 선고는 이르면 다음 달 말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