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교통통제로 논란 빚은 신천지, 과천 학부모들도 반대

입력 2025-06-27 15:46 수정 2025-06-28 03:27
과천시초중고학부모연합회 관계자들이 27일 경기도 과천시청 민원실 앞에서 그동안 모은 신천지 반대 서명을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법원이 경기도 과천시에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시설의 용도변경 불허 건을 취소하라고 판시하자, 지역 학부모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주민들의 불안이 높은 만큼 단순한 종교 갈등 문제로 국한해 용도변경을 허용해선 안 된다는 취지다.

과천시초중고학부모연합회는 27일 과천시청 민원실을 통해 시에 신천지 종교시설 용도변경 반대 서명 7137건을 전달했다.

반대 서명은 과천시 초·중·고교를 비롯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10여 곳 학부모회가 주도했다. 서명에는 “학교 인근에 신천지의 종교시설이 들어서는 것에 명백히 반대한다”며 “과천시의 용도변경 불허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천지는 그동안 과천시 별양동의 10층짜리 건물을 본거지 삼아 주기적으로 종교 집회를 열었다.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며 건물의 용도 외적 사용이 드러나며 문제가 발생하자 시에 종교시설로의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하지만 시는 지역사회 갈등, 공공이익 저해 우려, 교통 혼잡 등을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결국, 행정 소송까지 간 끝에 수원지법은 지난 4월 신천지 손을 들어줬다.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으로는 행정처분의 근거가 될 수 없으며, 이는 헌법이 보장한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였다.
과천시초중고학부모연합회 관계자가 이날 과천시청 관계자에게 반대 서명을 접수하고 있다.

반면 과천시초중고학부모연합회는 신천지 건물이 다수의 교육시설과 주거지로부터 반경 300m 이내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용도 변경을 받아줘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국교회가 이단으로 규정한 단체이고, 모략 포교 등으로 여러 사회 문제를 일으켜온 만큼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과 건전한 교육 환경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신천지 측은 학생들을 상대로 포교하거나 모략 포교하지 않는다고 부인하지만, 이날 만난 학부모들은 이를 반박했다. 초등학생과 유치원 자녀를 뒀다는 이모(45)씨는 “신천지 신도들이 등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들의 학교 앞에 나와 선물을 주며 포교하는 걸 안전지킴이 선생님 등이 직접 목격했다고 하더라”며 “아직은 분별이 쉽지 않은 아이들이 선물 등에 현혹돼 신천지에 빠지게 될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 신천지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이 엄청났고, 신천지가 주로 소규모 모임을 이용해 포교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과천 내에서는 건전한 독서 모임조차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이 높다”며 “신천지로 인해 지역 사회 내 불신이 조장되고 화합의 장이 위축된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단순히 종교 갈등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천시초중고학부모연합회 관계자들(모자이크 처리)이 민원 접수 후 과천시의회 의원들(가운데)과 간담회를 열고 학부모로서의 우려를 전하고 있다.

과천시초중고학부모연합회에 참여한 학부모들은 서명서 접수 후 시의원들과도 만났다. 자리에는 황선희 김진웅 이주연 박주리 의원 등이 나왔다. 학부모들은 지역 내 아파트입주민대표회 등과 연합해 대처할 수 있도록 시의회가 중간자 역할에 나서 달라고 했다. 이단 종교 시설을 막아내는 일에 있어 법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있다면 조례 개정 등도 검토해달라고 했다.

시의회 부의장인 황 의원은 “신천지 건물의 용도 변경 심의위원회가 열렸을 때도 공공의 이익에 반하고 건물의 노후로 인한 시민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점이 고려됐다”며 “시민들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시의 역할이라 생각하는 만큼 시민들의 우려를 충분히 대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상위법과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관련 조례의 보완점 등도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신천지 소유의 과천시 별양동 소재 건물 전경. 국민일보DB

과천시초중고학부모연합회는 조만간 장소를 정해 다음 달 12일 대규모 신천지 반대 집회를 열고 지속해서 주민들의 반대 의사를 시와 법원 등에 전달할 계획이다.

신천지는 최근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이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신도들을 동원해 불법으로 교통을 통제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다만 아직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과천=글·사진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