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신주 무효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그간 소강상태였던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부장판사 최욱진)는 27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신주발행 무효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외국 합작법인’이 아닌 HMG글로벌의 신주 발행은 정관을 위반해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보통주 104만5430주의 신주발행을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공동 설립한 해외법인인 HMG글로벌은 2023년 9월 고려아연으로부터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고려아연 신주 104만5430주를 취득했다. 영풍은 지난해 4월 신주발행이 위법하다며 위법소송을 제기했다. 고려아연의 정관은 회사가 경영상 필요로 외국의 합작 법인에게 신주를 발행하는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 신주 발행은 경영권 방어가 목적이고 HMG 글로벌 또한 외국 합작법인이 아니라 위법하다는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고려아연이 경영상 목적으로 신주발행을 한 것은 인정했으나, HMG글로벌이 외국 합작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업계에선 이번 판결로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분쟁에서 영풍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판결 직후 영풍은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판결은 경영 대리인인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회사의 정관을 위반하면서까지 HMG글로벌에 신주를 발행한 행위가 법적으로 무효임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정관의 법적 구속력과 주주권 보호의 원칙을 재확인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풍은 MBK파트너스와 함께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앞으로도 모든 주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당시 신주발행이 적법하게 진행됐다는 것이 고려아연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1심 재판부가 지적한 ‘정관상 취지’에 대해서 항소심에서는 적극 소명해 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