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일부터 수도권과 규제 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규모를 6억원 아래로 제한한다.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추가 주담대는 전면 금지하고, 최근 급증한 정책대출 규모도 연간 목표 대비 25% 줄인다.
금융위원회는 27일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논의·확정했다. 지난 4~5월 전금융권 가계대출이 주담대(10조4000억원)를 중심으로 11조3000억원 증가하는 등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발 빠르게 ‘가계 대출 조이기’에 나선 모습이다.
우선 정부는 올해 금융권 자체 대출과 정책대출 관리 목표를 종전보다 20조원가량 낮춰 잡기로 했다. 올해 명목성장률 전망치가 당초 예상보다 약 1% 포인트 낮아졌고, 서울권 부동산이 급등 조짐을 보이면서 최근 가계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금융권 자체대출 총량은 당초 하반기 계획 대비 50% 줄이고, 정책대출은 올해 공급 목표 대비 25% 감축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대출 규제 정책들도 오는 28일부터 본격 적용한다. 일단 정부는 수도권 및 규제지역 주담대에 6억원 최대 한도를 설정하는 새로운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과도한 빚을 내서라도 주담대를 활용해 고가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를 전면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중도금 대출은 규제에서 제외되고, 이를 잔금대출로 전환할 시 6억원 한도가 적용된다.
금융 당국은 서울·수도권의 주택 가격 수준과 주택 구매자의 소득 대비 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6억원이라는 기준을 설정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6억원의 대출을 30년 동안 갚을 경우 매달 내는 원리금이 300만원 이상”이라면서 “대한민국 평균 가구의 소득 대비로는 부담되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은행권에서 자율 시행 중인 가계대출 관리조치도 전 금융권으로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우선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추가 주택을 구입하는 2주택 이상 보유자나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추가 주택을 구입하는 1주택자의 주담대를 차단해 실거주 목적이 아닌 투자·투기 목적의 주택 구입을 막는다.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6개월 이내 처분해야지만 무주택자와 동일한 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받을 수 있다.
정책대출 한도도 전반적으로 축소된다. 수도권·규제지역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LTV는 종전 80%에서 70%로 축소되고 6개월 내 전입 의무도 부과된다. 주택구입용 디딤돌대출 한도는 전체적으로 20%씩 낮아지고, 전세자금용 버팀목대출 역시 일반 대상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현행 대비 4000~6000만원씩 한도가 줄어든다.
‘갭 투자’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도 강화한다. 정부는 수도권·규제지역의 조건부 전세대출을 금지해 주택 매수자가 전세보증금으로 매매대금이나 분양잔금을 납입할 때 전세대출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방지한다. 전세대출 보증비율은 현행 90%에서 80%로 낮춰 전세대출 시 금융회사들의 여신심사 강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보증비율 강화의 경우 유관기관들의 사정을 고려해 다음 달 21일부터 해당 규제를 적용한다.
금융 당국은 이번 대책이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매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개최해 후속 진행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국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로 조급하게 주택을 구입하지 않도록 금융권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차질 없는 이행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말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