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항공교통(UAM)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브이스페이스가 우리나라 최초로 전기추진 도심형 항공기에 대한 형식증명(Type Certification) 절차에 공식 돌입했다. 이번 신청은 국토교통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UAM 국가전략기술사업단이 주관하는 ‘UAM 항공기 시범인증 및 인증체계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국내 UAM 산업의 제도적 기반 구축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브이스페이스는 Lift+Cruise 방식의 전기 수직이착륙 항공기인 ‘VS-300’을 개발 중이며, 형식증명 신청을 통해 본격적인 지상시험과 비행시험, 기술 심사 등의 과정을 거쳐 2026년 인증 시제기를 공개할 계획이다. 국내에서 전기추진 기반 eVTOL 항공기가 형식증명 절차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이스페이스 측은 ‘VS-300’이 조종석을 포함한 3인승 구조로, 에어택시 수요에 맞춘 적정 기술 수준을 적용해 상용화를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Lift+Cruise 구조와 자체 개발한 고밀도·저중량 전기추진 시스템을 기반으로, 에너지 효율성과 친환경성, 운용 경제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항공기용 고출력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통합하고, 온도와 전압, 출력 등을 정밀 제어하는 스마트 에너지 관리 시스템(SEMS)을 통해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기존 항공용 배터리 시스템이 전력 이상 발생 시 전체 시스템을 차단하는 방식이라면, VS-300은 항공기 전용으로 개발된 이중화 및 비상전원 대응 체계를 적용해 항공 감항 기준을 충족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형식증명은 항공기 설계가 감항당국의 기술 기준에 부합함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절차로, 상업 운항과 사업화의 필수 요건이다. 신청부터 완료까지 평균 5년 이상 소요되며, 지상시험, 비행시험, 기술자료 심사, 결함보완 등 다단계의 검증 과정을 포함한다. 브이스페이스는 이번 신청을 통해 국내 최초로 도심형 항공기 인증 절차를 밟는 업체가 됐으며, 이는 향후 국내 인증 기준을 수립하는 데 주요한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항공기 단위의 형식증명은 주로 미국 FAA나 유럽 EASA를 통해 이뤄져 왔으며, 국내에선 유사 사례가 많지 않다. 브이스페이스의 이번 신청은 국토교통부와 항공안전기술원이 독자적인 인증체계를 마련하는 기반이 되며, 향후 글로벌 UAM 기체가 한국 시장에 진입할 때 동일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브이스페이스 연구개발 책임자인 조범동 의장은 “이번 신청은 한국이 미래 항공모빌리티 분야에서 기술과 제도를 선점하는 매우 중요한 시작”이라며 “상용화를 반드시 실현하고,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브이스페이스는 향후 상용화 전략과 관련해 ‘3인승 설계 기반의 적정 기술’, ‘최첨단 배터리 기술을 통한 최대이륙중량 절감’ 등을 핵심으로 제시했다. 조비에비에이션이 5인승 항공기 개발에 3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과 달리, 브이스페이스는 검증된 항공기 구조와 비교적 적은 투자로 상용화를 실현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또한 배터리 무게 증가가 기체 전체 무게 증가로 이어지는 항공기 특성상, 에너지저장장치 무게를 줄이는 것이 최대이륙중량과 비용 절감에 결정적이라는 분석도 함께 내놓았다. 브이스페이스는 해당 기술을 통해 국내 UAM 생태계를 선도하고, 실질적인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계획이다.
박재구 기자 park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