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잘할 줄 몰랐다”…성영탁·박시후·장두성의 반란

입력 2025-06-26 17:55
KIA 타이거즈 투수 성영탁. KIA 제공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 하위 라운드 출신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가까스로 프로 무대에 선 이들이 기대 이상으로 두각을 나타내자 소속 구단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대표적 선수가 ‘10라운드의 기적’을 쓰고 있는 KIA 타이거즈 투수 성영탁이다. 성영탁은 지난해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6순위(전체 96번)로 지명돼 110명에게만 허락되는 프로행 열차에 탑승했다. 올 시즌 1군에 데뷔한 그는 지난 24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첫 실점을 하기 전까지 17⅓이닝 동안 ‘미스터 제로’로 활약했다. 2⅓이닝을 실점 없이 더 틀어막았다면 키움 김인범이 가지고 있는 데뷔 후 최다 연속 이닝 무실점 기록(19⅔이닝)을 갈아치울 수 있었다.

기대 이상의 활약에 사령탑과 구단도 만족스러운 눈치다. 이범호 KIA 감독은 26일 “성영탁이 올 시즌 이 정도로 잘할 줄 몰랐다”며 “지난해 마무리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필승조에 버금가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KIA 관계자는 “원래 좋은 제구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인데, 프로 입단 후 투심을 장착하면서 구속이 오른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SSG 랜더스 투수 박시후. SSG 제공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장두성. 롯데 제공

SSG 랜더스 박시후와 롯데 자이언츠 장두성도 올 시즌 등장한 ‘언더독’으로 꼽힌다. 2020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0라운드로 프로야구에 입성한 박시후는 전날까지 시즌 24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3.03으로 활약하고 있다. 2018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0라운드로 롯데에 입단한 장두성도 3할을 넘는 타율(0.303)로 팀의 선두권 경쟁에 힘을 보태고 있다.

SSG 관계자는 “박시후가 낮은 순위로 뽑혔지만 구단에선 고교 시절부터 눈 여겨봤던 선수”라며 “김광현과 개인 훈련을 따로 진행하면서 기술과 멘탈적인 부분을 많이 다듬었는데,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구단 측은 “경기 후반 조커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던 장두성이 황성빈의 자리를 이렇게까지 성공적으로 메워줄지 몰랐다”며 흡족해 했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자리 잡은 LG 트윈스 송승기도 빼놓을 수 없다. 2021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9라운드로 입단한 그는 8승에 평균자책점 2.57을 기록하며 이 부문 국내 선수 1위를 달리고 있다.

역대 리그 역사에 이름을 남긴 선수 중에서도 하위 라운드 출신이 많았다. 통산 121승을 쌓은 장원삼과 두산 베어스 좌완 최초의 100승을 달성한 유희관(이상 은퇴)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1라운드와 6라운드에 각각 지명을 받았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