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간 미국에 상장된 한국과 신흥국 주식 상장지수펀드(ETF)에 33억 달러(4조5130억)의 자금이 유입됐다. 미국 경제 불안과 관세 불확실성, 이민자 문제 등으로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미국 주식에서 한국 등 신흥국 주식으로 분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한국과 대표 신흥국 주식 ETF인 IEMG, EEM, EWY에 지난주까지 최근 한 달간 33억 달러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2023년 초 이후 2년 반 만에 최대 규모다.
한국 ETF(EWY)만 보면 지난주까지 4주간 10억 달러 자금이 들어왔다. 4주간 유입 자금 기준으로 역대 가장 큰 규모다. 이 상품은 한국의 대형주와 중형주로 구성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지수를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이러한 신흥국 ETF의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한다. IEMG, EEM, EWY로 2016년 103억 달러, 2017년 210억 달러, 2018년 127억 달러가 순유입됐는데, 올해는 지난주까지 43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추가로 자금이 들어올 공간이 충분히 남아 있다는 뜻이다.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10배 수준으로, 코스피의 향후 이익 전망도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 주식에 대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여전히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올해 초부터 이어져 온 달러 약세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올해 초 이후 미국 달러는 7%가량 하락했지만 1970년대 초, 1985년을 제외하면 여전히 가장 비싼 수준이다. 달러의 추가 하락(약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 자산에 대한 매도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 테크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보이며 뉴욕증시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건설이나 호텔 레저 식음료 식당 등 소비업체의 주가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건설업체 레나와 톨 브라더스 주가가 올해 고점 대비 25% 하락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주가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업종들은 고용에서 이민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넘는 곳들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감세안이 시행되고 금리 인하가 가시화될 때까지는 미국보다 신흥국에 조금 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