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방산기업들이 유럽으로 몰려들고 있다. ‘재무장’에 나선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바이 유러피언’ 등 유럽연합(EU) 내부 규제 장벽 등 견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방산업체들은 현지 업체와의 협력, 생산 기지 구축 등에 나서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방위 기술 스타트업인 안두릴은 독일 방산기업 라인메탈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안두릴은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임무통제 체계, 감시정찰 체계, 무인잠수정, 드론 등 다양한 제품을 미 해군 등에 납품하고 있는 기업이다.
두 회사는 무인 자율 전투기 퓨리와 바라쿠다 등을 공동 개발·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바라쿠다는 드론과 순항미사일 개념이 합쳐진 자율비행무인체다. 기존 미사일과 달리 공대지, 지대지, 함대지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퓨리는 안두릴이 개발중인 무인 전투기다.
양 사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유럽 무인항공기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브라이언 쉼프 안두릴 최고경영자는 “라인메탈과 함께 신속하게 생산하고, 널리 배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항공기·엔진 제작사인 사프란과 캐나다 항공기 제작사 봄바디어도 맞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방위산업 기술 개발에 나서게 된다. 에릭 마르텔 봄바디어 CEO는 “양사의 전문 분야를 활용하여 새로운 솔루션 개발할 것”이라며 “국방 수요를 충족시킬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방산업체들이 유럽 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유럽연합(EU)의 군비 증강 기조와 연관돼 있다. EU는 지난 3월 800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다만 유럽 방산업계 육성을 위해 유럽산 우선 구매 조건을 내걸면서 글로벌 회사들은 현지 생산 기지 등을 ‘현지화 전략’을 모색 중이다.
국내 방산업체들도 유럽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소속 국가들과의 협력에 집중하며 ‘유럽 현지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4월 폴란드 최대 방산기업인 WB그룹과 다연장 로켓 ‘천무’ 유도탄 현진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세웠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국영방산그룹 PGZ와 폴란드형 K2 전차(K2PL) 일부를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폴란드와 FA-50 경공격기 48대 수출계약을 맺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향후 폴란드 현지 부품 생산과 조립 비중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점점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현지 내 빠른 군수지원과 생산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애초에 K-방산이 품질 못지않은 빠른 출고 능력으로 주목받았던 것처럼 기술이전에 이은 현지 생산이 이뤄지면 더욱 신속한 납기와 유지정비에 이점을 보여 구매국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