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의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지명된 강선우 후보자의 첫 출근길 메시지는 ‘국가의 돌봄 책임’이었다. 강 후보자는 최근 7살, 10살 자매가 숨진 부산 화재 사건을 언급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강 후보자는 26일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임시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부산에서 화마로 희생된 7살, 10살 아이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이어 “만지고 싶고, 보고 싶고, 안고 싶은 내 새끼들을 잃고 아이들을 가슴에 묻고 시간을 견뎌내야 할 부모님께 어떤 말씀을 드리며 돌봐드릴 수 있을까 이 자리에 서기까지 내내 생각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는 “부모님께서 새벽에 일을 나간 그 시간에 (아이들을) 돌봐줄 어른이 있었더라면, 그 가족 구성원에게 국가라는 돌봄시스템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안타까움이 알람소리처럼 제 마음을 깨운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를 업으로 삼은 사람 중에 한명으로서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24일 오전 4시15분쯤 부산 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10살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고, 중태에 빠진 7살 동생도 치료를 받다 결국 숨졌다. 화재 사고 당시 부모는 새벽 일로 집을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강 후보자는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 태어나면서 주어진 것들로 인해서 차별 또는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입체적으로 경도되지 않는 시선으로 살피겠다”며 “우리 사회 편견과 갈등이 대한민국의 성장 추동력을 발목 잡지 않도록 조정하고, 때로는 결단하겠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기간 공약으로 제시한 ‘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강 후보자는 “(저 역시)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철학과 결과, 방향을 함께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시기가 오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강 후보자는 “한 사람과 인연을 맺고,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 꽤나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저의 최선과 진심을 다하겠다”며 “가난한 아이가 가난한 청년이 되지 않도록, 가난한 청년이 가난한 노후를 맞지 않도록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서 비범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 길을 만드는 데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