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SK, ‘SK실트론 사익 편취’ 공정위 소송 승소

입력 2025-06-26 11:30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4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 미래산업포럼 발족식에서 강연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주사 SK㈜의 사업기회를 빼앗고 SK실트론 주식을 획득해 사익을 편취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SK실트론 주식은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2심 판결에서 분할 대상 재산으로 인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26일 최 회장과 SK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 등 취소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쟁점은 SK가 실트론의 지분 29.4%를 직접 인수하지 않고 최 회장이 사들인 것을 두고 SK가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제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SK가 일부 지분을 포기하고 해당 지분을 최 회장이 취득했다는 것만으로 사업기회 제공 행위가 있었다고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며 “특수관계인이 소수지분 취득에 있어 사실상 유리한 지위에 있게 되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사업기회 제공을 인정하려면 해당 계열사가 소수지분 취득 기회를 규범적으로 보유하고 있었으며 그 기회의 포기가 적극적·직접적 제공과 동등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며 “공정위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SK가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 제공을 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업기회 제공 방법에 관한 판단 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앞서 공정위는 2021년 SK가 실트론을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에게 부당하게 사업기회를 제공했다며 SK와 최 회장에게 총 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SK는 2017년 1월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 LG실트론(현 SK실트론)의 지분 51%를 매입했는데, 같은 해 4월 남은 49%의 지분을 모두 매입하지 않고 29.4%는 최 회장이 인수했다. SK 측은 이미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나머지 지분 인수 필요성이 없었고 최 회장 지분 매입도 정당하게 입찰에 참여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은 최 회장과 노 관장 이혼소송 2심 재판부가 분할 대상인 ‘공동재산’으로 인정한 재산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2심 재판부는 해당 지분의 가치를 약 7500억원으로 산정하고, 이를 포함한 4조115억원의 재산 중 1조3808억원을 노 관장에게 분할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현재 이 소송은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