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300명 청년, ‘복음의 계절’ 붙들고 헌신 결단

입력 2025-06-25 22:32 수정 2025-06-26 23:59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청년들이 25일 강원도 평창휘닉스파크 야외대강당에서 열린 '2025 여름수련회' 셋째 날 저녁 집회에서 찬양을 하고 있다.

“장기선교사로 헌신할 분은 자리에 일어나 주십시오.”

장맛비가 가늘게 내리던 25일 저녁 8시 40분,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 야외 대공연장. 형형색색 우비를 입은 청년 100여 명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어 “1~3년의 스틴터 선교사로 헌신할 분, 단기선교에 동참할 분도 함께해 주세요”라는 외침에 1만300여 명으로 가득 찬 집회장 곳곳에서 약 70%의 청년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대표 박성민 목사)가 지난 23일부터 4박 5일간 개최한 ‘2025 CCC 여름수련회’ 셋째 날, 저녁 집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선교사 파송식이었다. 무대 위에는 과테말라, 에스와티니, 나이지리아 등 19개국에서 온 CCC 간사와 학생 순장 228명이 올라 축복을 받았다. 올해 CCC가 단기·중장기로 파송하는 선교사 수는 3400명에 달한다.

김장생 CCC 해외선교부 선교사는 “지상명령은 특정 소수가 아닌, 예수님을 따르는 모든 이들의 부르심”이라며 “하나님은 지금 이 자리에서 새로운 선교세대를 일으키고 계신다”고 강조했다. 이에 청년들은 서로에게 손을 뻗어 축복하며 찬양 ‘하나님께서 당신을 통해’를 함께 불렀고, 각자의 자리에서 눈물로 선교의 길에 응답했다.


이날 집회는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자리를 지킨 청년들의 간절한 찬양과 기도로 더욱 뜨거웠다. 비에 젖은 땅에서도 청년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았고, 찬양이 울려 퍼질 때는 양손을 들고 뛰며 찬양하거나 눈을 감고 기도에 몰입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펼쳐졌다. 젖은 우비 너머로 퍼지는 예배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처음 수련회에 참석한 최지원(21)씨는 “수련회에 오지 못할 줄 알았는데 기적처럼 일정이 조정됐다. 하나님이 이곳으로 부르신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며 “이젠 선데이 크리스천이 아니라, 매일 말씀을 붙들고 살아가고 싶다”고 고백했다.

건양대 CCC 대표 순장 홍성빈(23)씨도 “비가 많이 오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 이곳에 나를 보내신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계속 기도로 여쭤봤는데 그분의 사랑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특별한 손님들도 함께했다. 전국대학교수선교회(KUPM) 소속 교수 160여 명이 전국대학교수선교대회 40주년을 맞아 현장을 찾았고, CCC 교수선교회 소속 교수들과 함께 총 250명으로 구성된 교수합창단이 찬송가 ‘마귀들과 싸울지라’를 특송했다. 청년들은 손뼉을 치며 “영광 영광 할렐루야”를 힘차게 화답했다.

CCC교수선교회 회장 김철성 국민대 교수는 “세상의 바쁜 일정을 내려놓고 이 자리에 온 여러분은 하나님의 축복의 통로”라며 신앙의 후배들을 격려했다.

박명규 평택대 교수는 “복음화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대학교에서 청년들과 교수들이 함께 예배드리는 이 자리는 그 자체로 열매”라며 “한국교회의 소망과 부흥의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책임감과 벅참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막 8:34)을 주제로 설교하며 “예수님은 기적을 기대하는 군중이 아닌,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제자로 우리를 부르셨다”고 전했다. 이어 “우울증과 중독, 무기력에 빠진 이 시대 청년들이 자기 문제를 붙들고 씨름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자기를 내려놓을 때 시작된다”며 “하나님은 여러분을 사용하시기 위해 평창까지 이끄셨다. 이제는 제자의 삶으로 응답하라”고 권면했다.


말씀을 마친 그는 모든 청년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기도할 것을 요청했고, 장내는 ‘주여’ 삼창과 함께 뜨거운 통성기도로 가득 채워졌다. 청년들은 눈물을 흘리며 각자의 자리에서 하나님께 간절히 응답했다.

대구대학교 조유빈(18), 강지원(22)씨는 이 시간을 통해 선교적 비전을 새롭게 붙잡았다고 고백했다. 조씨는 “청년의 때 받은 사랑과 은혜를 기억하며 도시전도와 단기선교를 통해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다. 강씨도 “어디로 갈지보다 어떻게 주님과 동행할지를 다시 묵상하게 됐다”며 “작은 순종에도 하나님은 일하시고 그 부르심 앞에 기꺼이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두 청년은 각각 오는 7월 필리핀과 동아시아 SH국으로 단기선교를 결단했다.

박성민 목사는 이번 수련회의 주제는 ‘너의 계절을 붙잡으라(Seize your Season)’(전 12:1)에 담긴 의미를 설명했다. 박 목사는 “대학생들은 스펙 쌓기에 몰두하지만 대학의 시기는 흘러가는 시간(크로노스)이 아니라 하나님이 정하신 특별한 때(카이로스)”라며 “이 시즌이 하나님께서 주신 기회임을 기억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련회에는 해외 24개국에서 온 250명을 포함해 첫날 9900명이 집결했으며, 계엄 사태와 조기 대선으로 연기된 학사일정 속에서도 학생들이 추가 입소해 25일 기준 참가자는 1만300명을 넘어섰다. 박 목사는 “CCC와 연결된 대학생 대부분이 이번 수련회에 모였고, 지난해보다 최소 600명 이상 더 모인 것을 보며 청년세대의 영적 갈급함을 느꼈다”며 “이들이 하나님의 분명한 확신과 부르심을 받고 돌아가는 캠퍼스에서 선교사로 살아내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평창=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