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구금된 불법 이민자 수가 5만9000여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 ICE 통계에 따르면 구금된 불법 이민자 중 47%는 범죄 이력이 없으며 살인 등 중범죄 전과자는 8%에 그친다. ‘범죄 기록이 있는 불법 이민자를 먼저 체포하겠다’던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과 달리 범죄 이력이 없는 이들이 상당수 체포되고 있는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하루 3000명, 연간 100만명 체포’ 지침을 내세웠고 이에 따라 하루 평균 체포 건수도 2000건 안팎으로 늘었다. 범죄 여부에 상관없이 현장 단속이 거세진 셈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범죄 이력이 없는데도 구금된 불법 이민자의 수가 1만1700명을 넘겼다”며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이전 발표된 자료 대비 1271%p 증가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반면 수용 여건은 단속 강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국 200여곳 ICE 시설의 정원은 4만1500명이지만 현재 5만6000명이 수용 중이다. 평균 수용률은 135%에 달하며 일부 시설에선 회의실 바닥까지 침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지역 경제 위축도 호소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주 뉴어크, 버지니아주 매너서스 등 히스패닉·라티노 밀집 상권에서는 손님이 줄고 매출이 감소하는 추세다. 마케팅 리서치 기업 칸타(Kantar)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히스패닉 소비자의 식음료 지출은 전년 대비 4.3%p, 의류 지출은 8.3%p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비히스패닉 소비자의 지출은 거의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1~2%p 증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라틴계 인구가 많은 일부 지역은 이민 단속의 영향을 특히 크게 받고 있다”면서 “2023년 기준 이민자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8%를 차지한 만큼 불법 이민자 대규모 체포는 지역 경제를 침체시킬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