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사무소 서울서무소는 25일 서울 중구 글로벌센터에서 ‘피해자 및 증인이 바라보는 지난 10년간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 인권 상황’ 행사를 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달라진 북한의 현실을 전하는 탈북한 주민들의 증언을 공개했다.
탈북민 김일혁씨는 이날 ”제가 알고 지내던 22세 남성은 남한 드라마 3편과 K팝 노래 약 70곡을 유포한 죄로 공개총살을 당했다”며 “석 달에 두 번꼴로 공개총살이 있었는데 어떤 때는 한 번에 12명씩 죽였다”고 밝혔다. 김씨는 2023년 5월 일가족과 함께 어선을 타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탈북했다.
2020년 12월 북한은 남한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는 최대 징역 15년에 처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실제 사형이 집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성 탈북민 A씨는 “과거에는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음악을 듣다가 현장 적발이 돼도 300~400달러를 내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처벌을 무마하기 위해 요구되는 금액이 훨씬 커졌다”고 전했다. 이어 “저도 한국 드라마를 좋아했기 때문에 이러다 나도 총살당할 수 있다는 불안 속에 살았다”고 말했다.
탈북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2015년부터 휴대전화 검열을 본격화하며 개인 간 표현의 자유까지 통제한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에 나이 많은 남성을 ‘오빠’로 저장하는 것도 문제로 삼고 있다. A씨는 “청년동맹 조직원들이 ‘오빠’를 ‘00동지’로 수정하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름 옆에 하트 이모티콘을 붙이는 것도 금지 대상이었다.
북한에 코로나19가 창궐한 시기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씨는 “당시 코로나19로 죽은 사람보다 굶어 죽은 사람이 훨씬 많았다”며 “식량과 공산품 가격이 폭등하고 강력범죄가 성행했다”고 말했다.
탈북민 B씨는 “삶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여성들이 출산을 두려워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유행처럼 퍼졌다”며 “그러자 2023년부터 이혼 시 1년 징역형에 처한다는 법이 발표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4’에 따르면 북한에서 여성이 이혼과 임신중단을 선택할 경우 노동단련대에 보내진다는 내용의 탈북민 증언이 여러 건 수집됐다.
유엔인권사무소는 26일에도 탈북민들의 공개 증언 행사를 연다. 유엔인권사무소는 약 400명의 탈북민과 면담을 진행했으며, 이들의 증언은 오는 9월 개최되는 제60차 인권이사회에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후속 보고서로 제출될 예정이다.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