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의 골프장 탐방]대한민국 여름 골프 1번가 이포CC…“더위야 물렀거라!” 야간 개장 인기

입력 2025-06-25 09:22
울창한 숲과 멀리 보이는 남한강으로 인해 여름 라운드 최적지로 평가 받고 있는 경기도 여주 이포CC 전경. 이포CC

‘개여울, 강나루, 물안개, 배꽃, 참외, 황금 들녁, 울창한 푸른 숲 등등’

일상에 찌든 현대인들이 잠시 잊고 지냈던 ‘고향(故鄕)’을 문득 떠오르게 하는 키워드들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골프장에 갈 때 복잡한 고속도로를 마다하고 호젓한 국도를 일부러 이용한다고 한다. 그 시간 만큼이라도 어릴 적 뛰어 놀던 고향의 포근함과 넉넉함을 추억하고 싶어서다.

골프장에 이르는 길을 가다 보면 이렇듯 고향의 정취에 흠뻑 젖게 하는 풍경을 종종 마주하곤 한다. 그럴 때면 골프도 골프지만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아져 라운드 내내 괜시리 피식 웃음을 짓곤 한다.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에 위치한 이포CC가 그런 곳이다. 1992년 개장한 이포CC는 아름다운 금사호와 봉우리들이 병풍처럼 이루어내는 절경과 시원하게 트인 코스로 많은 골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코스도 코스지만 남한강 물줄기를 따라 형성된 이포나루터에서 골프장에 이르는 주변 환경은 사시사철 변화무쌍한 한편의 시네마스코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난 도로와 개발로 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 정취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따스한 봄날 마치 소금을 뿌려 놓은듯 지천에 하얗게 핀 배꽃 내음을 맡으며 은비늘 퍼덕이는 남한강 물줄기를 바라 보노라면 그런 풍경과 너무나 어울리는 노래 한 곡조를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이 봄바람에 헤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시던 그런 약속이 있었겠지요’…(중략)라고.

이포CC는 빼어난 코스 관리로도 정평이 나있다. 물이 많은 입지 덕에 중지로 조성된 페어웨이는 양탄자를 방불케 한다. 코스 전장이 6450m(아웃코스 3270m, 인코스 3180m)로 짧지 않은데다 그린이 까다로와 공략이 호락호락 하지 않다.

18홀 전홀은 저마다 고유한 사자성어(四字成語) 이름을 갖고 있다. 각 홀의 공략법과 라운드에 임하는 플레이어의 마음가짐을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웃코스 6번 홀은 ‘열녀춘향(烈女春香)’이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경치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9번 홀은 새옹지마(塞翁之馬)다. 오른쪽 깊은 골이 운명을 갈라놓는다고 해서 붙여졌다.

인코스 6번 홀 ‘조강지처(槽糠之妻)’도 흥미롭다. 다소 좁아 보이지만 표시목인 소나무를 향해서 치면 만사형통, 병풍처럼 둘러쳐진 산록이 미운정 고운정으로 포근히 감싸주는 아내와 같다고 해서 명명됐다.

인코스 8번 홀은 ‘아이고야(啞耳苦惹)’다. 아름다운 풍광에 취한 나머지 곳곳에 숨어있는 함정에 걸려 ‘아이고야’라는 비명이 절로 나올 정도로 쉽지 않은 것에서 붙여졌다.
18홀 전 홀에 Musco의 LED조명을 설치, 지난 5월1일부터 야간 라운드를 실시하고 있는 이포CC. 이포CC

18홀 전홀 Musco사의 LED 조명 설치…낮과 같은 쾌적한 라운드 보장

올 여름은 기록적인 폭염이 예보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관성처럼 이포CC가 더 떠올려진다. 상상만으로도 청량감을 만끽할 수 있어서다. 사시사철 매력이 없는 계절이 없지만 특히 여름이 되면 이포CC는 숨겨진 진가를 더 발휘한다.

올 여름 이포CC의 특별함은 지나온 여름과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전 홀에 LED 조명을 설치, 지난 5월1일부터 3부제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조명 시스템은 세계적인 스포츠 조명 전문 기업인 ‘Musco Lighting의 TLC for LED®’ 제품을 채택했다.

Musco의 조명은 일반적인 야간 조명과 차별화되는 집광 설계다. 빛이 퍼지지 않고 목표 지점에 집중돼 눈부심이 적고 시야 확보에 탁월한 장점이 있다. 각 구간별(티그라운드/페어웨이/그린) 조도는 최상의 밝기를 구현한다는 평가다.

이른바 ‘돔 효과’로 빛 공해가 최소화 돼 조명을 켠 상태에서도 밤 하늘을 수놓은 무수한 별들을 볼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한다. 마치 머리 위로 별이 쏟아져 내리는 듯하다. 실제로 국제 DarkSky 기준에 부합하는 설계로 평가받고 있다.

한 마디로 야간에도 낮과 같은 밝기를 확보하면서도 숲과 어우러지는 고요한 풍경을 전혀 해치지 않는 점이 인상적이다. 결론적으로 칠흙같은 야간에 주간 라운드와 같은 쾌적함이 보장된다고 보면 된다.

3부 야간 라운드는 오후 4시 부터 6시 사이 티오프된다. 전반 9홀은 라이트 없이 진행된다. 따라서 엄밀히 따지면 3부가 아닌 2.5부다. 요금은 시간대별로 다르다. 경기 전 레스토랑 식사는 가능하고, 9홀 후 스타트 그늘집에서는 테이크아웃 위주의 간단한 식음도 가능하다. 락커와 사우나는 정상 운영된다.

체크인/체크아웃 과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무인 키오스크(4대)를 도입해 비대면 무인 정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 편의를 위해 향후 서비스 아이템을 추가 확충할 예정이다. 골프장 전산 시스템을 최신 웹 기반 ERP 시스템으로 전환하여 운영 효율성과 고객 편의성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캐디는 배정 순서에 따라 자동 지정되며,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없다.

접근성도 빼어나다. 제2영동고속도로 흥천이포IC, 중부내륙고속도로 북여주IC에서 각각 약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수도권 골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이포CC 김성원대표는 “야간 라운드와 함께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해 내장객들에게 더욱 쾌적하고 효율적인 골프 경험을 제공하겠다”며 “프리미엄 골프장의 위상에 걸맞은 서비스 혁신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주(경기도)=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