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계 사상 첫 파업… 네오플 노조 “성과 없는 노동 환경” 사측 “합리적 보상 운영”

입력 2025-06-24 18:04
사측의 성과급 제도 변경에 항의하며 쟁의에 들어간 넥슨 자회사 네오플 노동조합의 조정우 분회장이 18일 서울 강남구 서울지사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

넥슨의 대표작 ‘던전앤파이터(던파)’ 시리즈를 개발한 자회사 네오플 노동조합이 국내 게임 업계 사상 첫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이번 쟁의가 “성과 없는 고강도 노동 환경에 대한 개선 요구”라고 밝혔다. 사측은 “성과 기반의 보상 체계는 정당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조 넥슨지회 네오플 분회는 24일 서울지사에서 집중 결의대회를 열고 25일부터 27일까지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제주 지사는 하루 뒤인 25일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사흘간 파업을 병행한다. 30일부터는 조직별로 일정 기간씩 돌아가며 파업하는 순환 파업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국내 게임 업계에서 전면 파업으로 쟁의행위에 나선 건 네오플이 처음이다.

네오플 제주 본사에는 던파 PC 버전과 이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차기작 ‘프로젝트 오버킬’, 액션 게임 ‘사이퍼즈’ 등 개발 및 운영 조직이 있다. 노조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1130명 중 약 60%가 제주 본사에 근무 중이다. 서울 지사에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퍼스트 버서커: 카잔’ 개발팀이 있다.

네오플 노조는 이날 결의대회에서 “네오플은 그룹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야근 및 초과 근로가 지속돼왔다. 작년 이정헌 넥슨 일본법인 대표의 ‘콘텐츠 2배’ 포부 이후 업무량은 매우 심각히 가중됐다”며 “특히 아트 및 미디어 직군은 이용자들로부터의 높은 기대와 성과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업무로 극심한 피로도가 누적돼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네오플 직원의 평균 연봉이 2억2000만원에 이른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던파 모바일은 유관부서 포함 약 400명이 수년간 인센티브 없이 개발해왔다. 보상은 개발 완료 후 일괄 지급되는 구조로, 2024년은 해당 보상인 신규개발 성과급(Growth Incentive·GI) 지급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GI도 당초 약 2200억원이 예정됐으나, 중국 출시 지연을 이유로 1500억원 수준으로 감액된 상태로 지급됐다”며 “현재 네오플의 평균 계약 연봉은 6000만원대로 대형 IT 기업이나 게임 업계 타사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2024년 평균 보수가 상승했으나, 수년간의 누적된 보상이 한 번에 터져 나온 일시적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네오플 노조는 사측이 지난해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성과에 힘입어 역대 최고 매출액인 1조 3783억원을 기록했으나 GI를 임의로 축소했다며 반발해왔다.

네오플 노조는 사측에 전년도 영업이익 9824억원의 4%에 해당하는 몫을 직원들에게 수익배분금(PS)으로 분배해달라고 요구해왔다.
국민일보 DB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넥슨은 입장문을 내고 “네오플을 비롯한 넥슨컴퍼니 전체는 ‘성과에 기반을 둔 보상’을 핵심 기조로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보상 체계 확립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고 반박했다.

넥슨은 “던파 모바일 GI의 경우 게임의 중국 출시가 (지연되자) 가능해질 때 추가로 2년간 GI를 지급하고, 해외 퍼블리싱 프로젝트는 GI 지급률을 프로젝트 이익의 20%로 정하기로 해당 조직 구성원들에게 안내했다”면서 “지난해 5월 던파 모바일의 중국 출시가 이루어지면서 안내 절차에 따라 중국 출시분 GI가 1차 지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6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GI가 지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해외 출시 지연을 고려한 GI 추가 지급은 넥슨 컴퍼니 내에서 던파 모바일이 유일한 사례”라면서 “중국 출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노고를 아끼지 않은 네오플 구성원들을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넥슨은 네오플이 수익을 모든 구성원에게 일률적으로 배분하는 PS 제도 대신 성과에 기반을 둔 보상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도 했다. GI 외에도, GI 대상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별도의 인센티브 제도(KI)를 운영하며 개인의 성과에 비례한 보상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넥슨은 “특히 올해 경영진을 제외한 전체 구성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의 총액은 2024년 네오플 총 영업이익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로, 네오플은 구성원들이 창출한 성과에 대한 보상을 지급해왔다”며 “별도로 올해 임금단체교섭 과정에서 기존 보상 체계에 더해 추가로 1인당 최대 3300만원의 보상을 지급하는 ‘스팟 보너스’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노조에 제안한 성과 목표가 과거의 데이터와 경험으로 볼 때 합리적인 수치로 판단했으나 노조는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고 덧붙였다.

포괄임금제 폐지 및 초과근로에 대해서는 “2019년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포괄임금제를 폐지했고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선택적 근로 시간제를 운영하고 있다. 업무상 발생하는 초과근로에 대해서는 1분 단위로 계산해 법정 가산수당을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넥슨은 “회사는 노조와 원만한 합의를 위해 앞으로도 성실히 대화에 임할 예정이며 회사와 모든 구성원이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