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부총재,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으로 달러 견제 어려워”

입력 2025-06-24 17:12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급성장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억제하기 위해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과 업계의 주장에 대해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유 부총재는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컨퍼런스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달러는 (일반적인 화폐와) 경우가 다르기 때문에 비교 대상으로 적절하지 않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달러의 도미넌스(지배력)가 형성되는 이유는 안전자산이라는 성격 때문이지 그 가치를 운반하는 수단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사람들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있더라도 달러스테이블 코인을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내에서는 미국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급성장으로부터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해 서둘러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핀테크 업체 등 비은행권에도 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업계는 물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달 초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하는 등 ‘속도전’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유 부총재는 “높은 규제 수준을 적용받는 은행이 먼저 발행해 안전판을 마련하고 점차 확대해야 한다”면서 그간 한은이 주장해온 ‘신중론’을 재차 꺼내 들었다. 관리가 어려운 비금융 등 민간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통화정책의 유효성과 외국환 거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제 안정성에도 문제가 발생해 자칫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취지다.

유 부총재는 한은이 은행권 중심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주장하는 배경은 ‘감독 권한 확대’ 때문이 아니라고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통해 기술 혁신이나 산업에 도움을 추진할 수 있다는 데는 백번 동의한다”면서 “기획재정부 등 새 정부가 자리를 잡으면 이 같은 우려와 입장, 그간의 연구 검토를 바탕으로 의견을 나눌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치솟는 아파트 시세와 불어나는 가계대출에 대해서는 향후 금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층 중요하게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금융통화위원이기도 한 유 부총재는 “현재는 금리 인하 사이클이지만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우려가) 결정 과정에서 더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중립금리가 낮아져 한은의 통화정책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실질금리가 내려오는 만큼 중립금리가 내려오지 않고 있어 앞으로 어떤 흐름이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한은의 통화정책 유효성이 제한되거나 다른 수단을 생각해야 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