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과 그저 함께 살아라”…브라질 가난한 마을에 사랑 심은 선교사

입력 2025-06-24 16:20 수정 2025-06-24 16:22
이미애 선교사가 대전 동구 한 카페에서 브라질 선교 30년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인디언에 미친 사람’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미애(61) 선교사는 브라질에서 30년 동안 선교하며 살고 있다. 이 선교사는 1995년 총회세계선교회(GMS) 선교사로 파송된 후 브라질 중서부 캄푸그란지에서 사역하고 있다. 최근 대전 동구 한 카페에서 이 선교사를 만났다.

캄푸그란지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차로 4시간 가량 가야 나오는 도시로 그는 이곳에서 ‘베다니 에스콜라’를 운영하고 있다. 캄푸그란지에서도 가장 가난한 동네에 있는 학교는 아이들을 가르쳐달라는 주민들의 요청을 따라 탁아소로 시작한 뒤 현재의 초등학교로 성장했다. 150여명의 학생이 이 미션스쿨에서 공부하고 있다.

베다니 에스콜라 학생들과 교사. 이미애 선교사 제공

이 선교사는 “브라질 토착민 마을을 돌며 여성을 대상으로 성경공부와 제자훈련을 진행했었다”며 “당시 아이들이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됐는데 어머니들이 내게 아이들 교육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긴 시간 브라질 선교에 헌신한 이 선교사가 신학교에 다닐 때 첫 선교지로 기도했던 곳은 브라질이 아니었다. 아프리카 감비아로 단기선교를 다녀온 이후 그 나라를 첫사랑처럼 기도하며 준비했다고 했다. 선교사 훈련과 기도훈련을 받으며 5년이 지났지만 이 선교사를 아프리카로 파송하는 교회도, 불러주는 선교사도 없었다.

그러던 중 이 선교사를 초청한 곳이 브라질이었다. 이 선교사는 “당시 아프리카 선교만 준비했기에 ‘브라질은 가지 않겠습니다’라고 정중히 거절했다”며 “그로부터 얼마 뒤 두 번의 초청이 더 왔는데 모두 브라질이었다”고 했다. 그는 “브라질에서만 세 번의 초청을 받고나니 ‘브라질 선교가 하나님의 뜻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미애 선교사가 브라질 캄프그란지의 토착민 마을에서 브라질 토착민의 아이를 안고 있다. 이 선교사 제공

강산이 세 번 바뀔 동안 타지에서 홀로 선교하며 외로울 때도, 재정적 어려움으로 선교지에서 철수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그저 그들과 함께 살라”는 선배 목회자의 조언을 기억했다. 이 선교사는 “1997년 IMF 시기에 선교비가 절반으로 줄면서 철수를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그때 만난 최영기 미국 서울침례교회 목사님이 ‘현지인들과 그냥 살면 됩니다’라고 조언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이 선교사는 무작정 캄푸그란지의 현지인 속으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지내며 언어를 익히고 성경공부를 가르치고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웠다.

이 선교사는 “기독교학교를 운영하다보니 크리스천이라면서도 사기를 치고 도망가거나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는 이들을 보기도 한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신뢰감 있는 모습은 반기독교자였던 직원의 마음을 돌려놓기도 했다. 그는 “기독교인들의 이러한 실망해 ‘크리스천에게 무슨 사랑이 있냐’고 말하던 직원이 얼마 전 내게 성경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미애 선교사(왼쪽에서 아홉 번째)가 2023년 베다니 에스콜라 학교 행사에 참여해 교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선교사 제공

이 선교사는 예수님 닮은 삶이 선교의 목표 중 하나였다고 했다. “저는 이룬 게 하나도 없습니다. 성공한 선교가 아니죠. 그렇지만 브라질에서의 선교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건 바로 예수님 닮은 삶이었습니다.”

대전=글·사진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