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 이란-이스라엘 휴전 속 ‘하나님’ 발언…신앙을 묻다

입력 2025-06-24 14:46 수정 2025-06-24 15:1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미 공군의 공습 사실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이란 핵시설 공습 직후 ‘하나님’을 언급한 점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종교를 내세워 전쟁을 정당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휴전 합의 과정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하나님’ 언급은 다시 등장해 다양한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 공습 직후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휴전이 합의 중인 24일(현지시간)에는 “하나님이 이스라엘과 이란, 중동, 미국, 전 세계를 축복하시길 바란다”며 하나님의 이름을 다시 꺼냈습니다.

미국 개신교계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복음주의권은 국가 안보와 이스라엘 지원을 강조했지만, 미 주요 교단들은 평화주의 노선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개신교단인 남침례회(SBC) 클린트 프레슬리 총회장은 트럼프의 이란 공습 결정 이후 현지 교단지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의에 감사드리며, 주님께서 그에게 큰 지혜를 주시길 기도한다”고 말했습니다.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 페이스북 캡쳐

유명 목회자들도 가세했습니다. 빌리 그래함 목사의 아들로 유명한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힘에 의한 평화는 맞는 말씀이지만, 하나님이 우리의 힘이심을 기억하고 그분의 인도하심을 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님, 하나님을 언급하고 그분께 감사드려 주셔서 감사하다”며 “우리나라를 위해 강하고 이스라엘 나라를 위해 강하게 서 주셔서 감사하다. 나는 어디서나 사람들에게 기도하도록 권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미 장로교(PCUSA) 등 주류 교단은 이번 무력 대응을 두고 지속해서 우려를 나타내며 대화와 평화를 촉구했습니다. 오지현 PCUSA 서기는 장로교뉴스에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사람들이 폭력으로 고통받는 것을 보면 하나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지 상상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미 연합그리스도의교회(UCC) 카렌 조지아 톰슨 총회장은 성명을 통해 “중동의 폭력과 전쟁 상황이 반복되고 있지만,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 모두가 두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정의로운 평화를 간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신앙은 폭력이나 정치의 명분이 아니라,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성경은 “화평하게 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임이요”(마 5:9)라고 말합니다. 또 “너 사람아, 무엇이 착한 일인지를 주님께서 이미 말씀하셨다. 주님께서 너에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도 이미 말씀하셨다. 오로지 공의를 실천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 6:8, 새번역)고 묻고 있습니다.

종교의 이름으로도, 하나님의 이름으로도 누구도 고통받지 않는 세상. 그 길은 결국 우리 각자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은 교회의 성찰과, 무엇보다 신앙인의 깨어 있는 시선이 필요할 때인 것 같습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